기상청 "인공강우 아닌 이상기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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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가을장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기상 이변이 "중국의 인공강우 실험 영향"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거치며 확대된 중국 혐오 정서가 날씨 등 자연현상에까지 번진 모습이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서울에는 20~22일가량 비가 내렸다. 평년 가을철(9~11월) 3개월간 강수일수가 22.6일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 한 달 반 사이 평소보다 2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번 주말에도 전국에 하루 최대 50㎜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름 장마철을 방불케 하는 비가 이어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중국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인공강우 실험으로 인해 한반도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반중 집회를 벌이고 있는 보수 단체 '자유대학'은 "집회 시간에 맞춰 명동에만 집중호우가 발생했다"며 단순 기상 이변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 기상 학계 중론이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인공강우 기술로는 근방 80km 수준의 국지성 강수만 가능해 베이징, 신장 등에서 수천km 떨어진 우리나라에 비구름이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학적 근거 없이 떠도는 이 같은 내용은 단순한 기상 현상에까지 반중 정서를 끌어들이려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 현상조차 외부 책임으로 돌리는 등 사실보다 감정적 분노가 앞서고 있는 것이다.
서해안 상에 비구름이 형성된 위성 사진을 두고 중국이 서해 한중잠정조치수역에서 무단으로 인공강우 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이곳 역시 한반도와 직선거리가 300km를 넘는다. 해상에서 작업을 하는 것 역시 매우 제한적인 데다, 잠수정을 활용한 인공강우탄 발사 성공 사례는 보고된 적 없다. 기상청은 서해안 지역에서 비구름대가 형성되는 것은 일반적인 강수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가을장마의 원인은 '중국발 인공 강우'가 아닌 '이상 기후'로 파악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해수면 온도가 증가하면서 대기 중 수증기가 늘고, 여름철 장마를 유발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가을 늦게까지 유지돼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