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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러시아 상공 비행 금지’ 美 조치에 반발…미중 ‘하늘길 전쟁’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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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0. 15. 10:12

"비행 시간 증가·운항 차질·요금 급등 불가피"
미 항공사 "형평성 필요"…홍콩 항공사도 겨냥
USA-CHINA/AVIATION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 서 있는 에어차이나 여객기./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주요 항공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러시아 상공 비행 금지' 추진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이러한 조치는 양국 간 인적 교류를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조치가 단순한 항공 정책을 넘어 미중 간 '하늘길 패권' 다툼으로 번질 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교통부가 최근 중국 항공사들의 러시아 영공 통과를 막겠다고 나서자, 중국 항공사들은 14일(현지시간) "비행 시간 증가와 운항 차질, 요금 급등이 불가피하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2022년 3월 러시아 항공편의 자국 상공 통과를 금지한 데서 비롯됐다. 러시아도 즉각 보복에 나서 미국과 유럽 항공사의 러시아 영공 통과를 차단했다. 러시아 상공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거리 항로로, 연간 수천 개의 항공편이 통과하던 '하늘의 실크로드'다.

그 결과, 미 항공사들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갈 때 러시아를 우회해야 해 비행 시간이 2~3시간 늘었다. 반면 중국 항공사들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여전히 러시아 상공을 자유롭게 이용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불공정 경쟁'으로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동방항공은 미 교통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러시아 상공을 피하면 일부 노선의 운항 시간이 최대 3시간 늘어나고, 연료비와 승무원 체류비가 폭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장거리 노선의 지연으로 환승 연결이 무너지고, 정시 운항률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어차이나와 중국남방항공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중국남방항공은 "성수기(11월~12월) 약 2800명의 승객이 재예약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며 "러시아 상공 이용을 금지한다면 캐세이퍼시픽 등 홍콩 항공사에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나이티드는 러시아 영공 제한으로 인해 "뉴어크, 워싱턴 D.C., 시카고발 중국 직항 노선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항공사들 협의체이자 로비단체인 '에어라인스 포 아메리카'(Airlines for America)는 "미 항공사들이 러시아 상공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 항공사가 이익을 누리는 것은 불공정"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지지했다. 다만 "미중 항공편 운항 횟수는 시장 수요에 맞춰 균형 있게 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형평성 회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미 항공사의 경쟁력 보호와 대중 압박 전략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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