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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美 기업 받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도 과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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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5. 09. 18. 17:08

대법 전합, 11년 만에 기존 판례 변경
SK하이닉스 원고승소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업체가 국내 기업으로부터 지급받은 특허 사용료도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판결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라는 이유로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11년 만에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8일 SK하이닉스가 경기 이천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미국 현지 특허관리 전문회사인 A 미국법인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12월 반도체 관련 특허권을 보유한 A 미국법인과 특허사용계약을 맺고 5년간 매년 160만달러를 특허 사용료로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이듬해 1월 2014년분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국내 과세 당국에 법인세 3억1000만원을 원천징수해 납부했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6월 한미조세협정에 따라 국내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세무서에 법인세 환급 청구를 했다. 또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경우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종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세무서는 경정청구를 거절했고 SK하이닉스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권은 등록된 국가 영역 외에서는 침해될 수 없어 이를 사용하거나 그 사용대가를 지급한다는 것을 애초에 상정할 수조차 없다"며 "이 사건 사용료는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관한 것으로, 국내원천소득이라고 볼 수 없다.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SK하이닉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1·2심과 달리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된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대법관 13명 중 10명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미조세협약에서 '특허의 사용'은 특허권 자체가 아닌 특허권 기술의 사용을 의미하며, 종전 판례가 근거로 든 이른바 '특허권 속지주의'는 한미조세협약에서 말하는 특허의 사용지와 관련해서는 고려해야 할 원칙이 아니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한미조세협약은 협약에서 정의되지 않은 용어는 달리 문맥(context)에 따르지 아니하는 한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 즉, 이 사건의 경우 국내법에 따른 의미를 가지도록 정하고 있다"며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 자체를 상정할 수 없다고 볼 만한 문맥 등 근거를 한미조세협약으로부터 찾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에 따라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는 국내법인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의해 해당 특허의 특허기술을 제조 등에 사실상 사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나아가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에 의하더라도 국내 미등록 특허권은 국내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한미조세협약에 규정된 사용료 지급대상에는 특허처럼 등록을 필요로 하는 것 외에 저작권이나 지식, 기능처럼 그렇지 않은 무형자산도 있다"며 "이러한 무형자산에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용'이란 말의 의미는 권리 자체의 사용이 아니라 무형자산의 내용을 이루는 기술이나 정보 등의 사용이라고 보아야 한다. 기술이나 정보 등의 사용은 특허가 등록된 국가가 어디인지와 관계없이 어디서든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이 국외 특허권자에 대한 특허침해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 이로부터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거나 그 특허기술에 재산적 가치가 없어 사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상정할 수 없다는 논리가 도출되지 않는다"며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특허기술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국외 특허권자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반대 의견을 낸 노태악·이흥구·이숙연 대법관은 "한미조세협약에서 말하는 '특허'는 등록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권리로서 '특허권'을 의미한다"며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의 사용'은 해당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그동안 논란이 돼 온 한미조세협약의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의 통상적인 의미나 문맥상 의미, 조세조약의 정의되지 않은 용어에 관한 해석 방법 등에 대해 명확히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전 판례의 입장과 달리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사용료소득에 관해 국내에 과세권이 있다는 점을 선언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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