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이상 마라톤 협상, 합의문 없지만 협상 속개
트럼프 "대중 관세 80% 적절"...상무장관 "34% 전후"
신화통신 "이견 해결에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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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何立峰)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네바의 유엔주재 스위스 대사 관저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 후 합의문은 발표되지 않았고, 양측은 11일 협상을 속개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허 부총리는 중국 '경제 실세'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직통 전화가 있으며 서방의 제재로부터 중국 경제를 보호하는 최고 설계자라고 WSJ은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중국 공안 및 마약 단속 최고위급 실무 책임자인 왕샤오훙(王小洪) 공안부장이 포함됐다고 WSJ이 전했다. 무역협상에 왕 부장이 포함된 것은 미국으로의 펜타일 대량 유입이 중국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1기 때인 2020년 1월 서명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주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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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이 이번 협상 성공에 공을 벌이고 있는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중국과 아주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많은 것이 논의됐고, 합의됐다. 우호적이면서도 건설적인 형태로 완전한 (미·중 무역관계의) 리셋(재설정) 협상이 있었다"고 썼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 기업들에 중국의 개방을 보고 싶다"며 "큰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세계 2대 경제대국인 미·중이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은 작지만, 이번 협상을 계기로 무역전쟁 기운이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을 중재한 스위스의 기 파르믈랭 경제부 장관은 전날 미·중이 협상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뒤 "로드맵이 나오고, 양측이 논의를 지속하기로 결정한다면 긴장이 완화할 것"이라며 12일까지 협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의 '무모한 관세 남용'이 세계 경제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이번 협상이 "이견을 해결하고, 추가 확대를 피하기 위해 긍정적이고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국가에 제공한 것과 동일한 90일 관세 부과 유예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 2950억달러에 달하는 상품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에 14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미국산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응해 양국 간 교역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 동안 중국에 대한 관세가 결국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전날에는 80%가 '적절할 것 같다(seems right)'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상당 부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발표한 34% 근처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 인하 결정 전에 공정한 무역 및 중국의 전 세계 제조업 지배력 완화, 펜타닐 유입 중 최소 하나에 대한 중국의 약속을 보길 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WSJ은 분석했다.
허 부총리는 제네바 체류 기간에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면담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