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흡연 청소년들 이제는 마약…전담 컨트롤 타워 필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29010016379

글자크기

닫기

이서연 기자

승인 : 2024. 10. 29. 16:45

유통경로는 SNS, 거래는 가상화폐로
부처협업해 예방·처벌·재활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압수된 마약 음료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열린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중간수사 브리핑에 압수된 마약음료와 설문지 등이 놓여 있다. /연합
clip20240825003132
이서연 기획취재부 기자
"차라리 담배나 피우면 다행이죠. 요즘은 중학생들도 걸리지 않아 그렇지 한 학급에서 한명은 마약을 해봤을 거라고 합니다."

10대 자녀를 두 명 뒀다는 택시기사 A씨의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는 최근 손님으로 태운 학생들이 마약 운반을 한 이야기를 겁도 없이 뒷좌석에서 실컷 떠들더니, 내릴 때 5만원짜리 현금을 주고서는 "잔돈은 기사님 가지세요"라고 했다며 혀를 찼다.

청소년 마약이 심각하다는 기사는 수차례 봤지만 '학급에서 한 명'이라는 게 가능한 이야기인지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청소년 마약문제는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된 것이다.

최근 5년간 국내 청소년 마약적발 건수는 약 14배 급증했다고 한다. 엑스·텀블러 등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SNS에서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사고 팔기가 너무 쉽다는 것이다. 이들은 '떨(대마)' '작대기(1회분 주사기)' '브액(액상대마)' 등 은어를 쓰며, 판매자와 '던지기 수법'(판매자가 유통책에게 지시해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마약을 숨긴 후 구매자에게만 알려주는 행위)을 사용한다. '드랍퍼(마약 운반책)'가 은닉 장소에 직접 마약을 가져다 두면 구매자가 가상화폐로 수수료를 지불해 적발도 쉽지 않다고 한다.
2023년 기준 마약사범은 2만7611명으로 전년 대비 50.1% 증가했다. 이중 10대 증가율은 2022년 481명에서 2023년 1477명으로 207.1% 급증했다. 10대들의 마약중독 현상이 심각하게 퍼지고 있지만 그야말로 무법지대인 온라인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식약처에서 방심위로 마약 및 불법 유통 의약품 차단 및 삭제 등 시정요구까지 평균 기간은 99일로 밝혀졌다. 이 같이 마약류의 차단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방심위의 인적 물적 자원의 한계 때문이다. 현재 방심위 내 마약류 시정요구 전담인력은 단 1명뿐이며, 차단 시스템까지 노후화 돼 있다.

식약처에서는 마약예방교육사업 예산편성도 매해 늘리고는 있으나 집행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부진하다. 최근 4년(2021~2024년 6월) 간 마약예방교육사업 예산집행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4억7400만원 편성, 3500만원 집행(7.4%) △2022년 4억7400만원 편성, 8400만원 집행(17.7%) △2023년 4억6900만원 편성, 1억9500만원 집행(41.6%) △2024년 9억3600만원 편성, 2억8700만원 집행(35.1%) 등이다. 지원 예산을 조정할 때 운영비 항목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아 집행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자본이 몰려 우후죽순으로 번지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선 민첩한 소통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정부부처 간 관련 정보를 함께 수집·관리하고 예방, 처벌, 재활 단계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서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