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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공사비 분쟁에… 비용 검증 의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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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현 기자

승인 : 2023. 08. 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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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잿값·인건비 상승 등 갈등 심화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 작년 32건·올해 벌써 21건
법적 강제성 없는 중재기구 유명무실
최종 보고까지 3개월 소요
"공사비 검증제도, 기간 단축 등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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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비를 놓고 시공사(건설사)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갈등을 빚으면서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공사비 검증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갈등 문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한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건수는 총 32건을 기록했다. 2021년 22건에서 1년 만에 10건 늘어났다. 공사비 검증 제도를 처음 시행한 2019년 3건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선 이달 29일 기준 부동산원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는 총 21건으로 집계됐다. 공사비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건수에 근접한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건수는 제도 도입 이후 매년 증가 추세다. 건설 자재가격 및 인건비 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공공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한 단지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공사비를 놓고 시공사와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규모에 따른 검증 수수료와 별도 연구용역 등 비용 부담이 만만찮지만 시공사의 증액 규모가 워낙 커 검증을 의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비 검증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부동산원이 수행하는 공사비 검증은 권고사항일 뿐,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갈등 문제 해결에 대한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사비 검증제도는 정비사업에서 공사비를 일정비율 이상 증액하고자 할 경우 사업시행자(조합)가 검증기관에 의뢰해 공사비 적정성을 검증 받도록 하는 제도다. 공사비 증액 비율이 10% 이상이면 조합은 부동산원에 적정성 판단을 요청할 수 있다.

검증기관은 공사비 검증 의뢰를 받으면 계약서상 공사비 관련 내용, 공사 물량·단가의 적정성, 각종 보험료 등 순공사비 외의 모든 경비를 검증한다. 사업시행자와 토지 등 소유자 또는 조합원을 대신해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 적정성을 검토해 변경 계약 체결 시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 제공 역할을 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제도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그리고 각 지방공사 등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사비 검증 절차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춘 곳은 부동산원이 유일하다.

부동산원의 검증은 통상 공사비 검증 의뢰 후 최종 보고서를 받는 데까지 평균 3개월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렇게 나온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보고서는 참고 사항일 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없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원에서 진행하는 공사비 검증 결과는 권고 사항이지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공사와 조합이 공사비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영역 중 대부분은 법적으로 다퉈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공사비 검증 과정을 거쳐도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곧바로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부동산원이 추가 공사비용 1조1385억원 가운데 1631억원에 대해서만 검증을 진행했다. 나머지 금액인 9753억원은 아직까지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조합은 시공사업단 측에 9753억원에 대한 감액 협상 진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한국산업경쟁력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원은 9753억원 가운데 4719억원을 감액해야 한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시공사업단은 사전에 합의한 대로 확정된 공사비가 나와야 시공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부산 진구 촉진2-1구역은 지난 6월 시공사로부터 3.3㎡당 공사비 987만원을 제시받은 후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2015년 계약 당시 공사비용인 549만5000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금액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양주 삼송구역 지역주택조합도 시공사가 자재비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하자 계약을 해지했다.

초기 사업장의 경우 이런 심각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공사비용을 올린 후 시공사 선정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서울 구로구 보광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3.3㎡당 807만원의 공사비를 책정한 뒤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광진구 중곡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3.3㎡당 800만원으로 공사비를 책정했고, 중구 신당9구역도 840만원으로 공사비용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자잿값 등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사비 갈등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종혁 한국주택협회 팀장은 "시공사와 조합의 첨예한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양측이 검증 결과에 순응할 수밖에 없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검증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과 중재 절차를 마련하고 검증 기간도 대폭 단축해 검증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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