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적의 재래식·생화학 무기·사이버 공격에도 핵 사용 가능
핵 선제공격 가능성도 열어둬
WSJ "러 핵 사용 우려 유럽 동맹, 바이든에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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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적대국의 핵 공격에 대해서만 핵을 사용하겠다’고 한 ‘단일 목적(sole purpose) 정책’ 공약을 폐기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이 핵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라면서도 신중하게 표현된 그 공식화는 핵무기가 ‘극단적 상황’에서 적의 재래식·생화학·사이버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단적 상황’에서 핵무기 선제공격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석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한 공약을 폐기함에 따라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은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핵무기 군축은 어렵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연일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새로운 결정이 동맹국들의 압력 속에 이번주 초 내려졌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주요 7개국(G7)·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잇달아 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서방의 단결 중요성을 강조했고,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핵무기나 화학무기에 의지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전쟁 범죄자’ 푸틴뿐 아니라 측근들도 연일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를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핵 충돌이나 나토와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핵 충돌 위험은 분명히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은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인 ‘특별 군사작전’을 선포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여하려는 미국 등 서방측에 러시아가 가장 강력한 핵보유국이라고 협박했었다. 이어 27일에는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에게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 임무 돌입을 지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지난 22일 러시아가 국가의 존립 위협에 처했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궁지에 몰렸다고 느끼면 히로시마(廣島)·나가사키(長崎) 이후 76년 전 설정된 금지를 깨고, 파괴력이 당시보다 위력이 약한 소형 전략 핵무기 사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공포가 있다며 어두운 시나리오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 이웃 나라로 번질 경우 핵무기 사용에 의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