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중동부 유럽 8개국·이탈리아 지지
우크라 가입 단기간 실현 불투명
러 침공·협상 강화...경제재건, EU 지원 확대 전략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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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의 구실 중 하나이면서 가입이 오랫동안 보류돼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신 EU 가입을 통해 국가안보와 경제 재건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EU 가입에는 통상적으로 수년이 걸리지만 EU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유례없이 강경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27개국 EU 회원국이 신속하게 가입 신청을 처리할지 주목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동영상을 통해 EU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며 특별 절차를 통해 즉시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데니스 슈미갈 총리·루슬란 스테판추코 국회의장이 신청서에 서명하고, 그 이후 손을 맞잡고 단결을 과시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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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체코·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폴란드·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 등 주로 러시아의 위협이 현안인 중·동부 유럽 EU 회원국은 “우크라이나가 즉각 EU에 가입할 자격이 있다고 강하게 믿는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즉시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고,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지지 서명을 발표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신청-공식 가입 후보국 지위 획득-EU 27개 회원국 전원 동의-정식 가입 협상 진행-승인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 가입 절차의 복잡성과 10년 넘게 가입 협상이 진행 중인 터키·몬테네그로·세르비아·알바니아·북마케도니아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곧바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셸 의장은 “회원국 확대에 대해서는 EU 내에서 이견과 민감성이 있다”고 했고, 보렐 대표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장기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당장 러시아의 침공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U 회원국 대부분도 신규 회원국 가입에 소극적이다. 크로아티아가 2013년 회원국이 된 이래 8년 이상 신규 가입이 없는 상태다. AP통신은 EU 회원국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새 회원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고 했고, 블룸버그통신은 다수 회원국 지지에도 불구하고 가입 절차는 통상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EU 가입 신청을 한 것은 러시아의 침공 대응과 이날 처음으로 진행한 러시아와의 협상 카드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쟁 후 경제 재건에 EU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기 위한 전략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EU 고위관리는 우크라이나 가입 문제가 3월 EU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는 이 충돌을 끝내기 위한 러시아와의 논의에서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회원국이 되지 않더라도 후보국 지위를 획득하면 우크라이나가 EU에 중요하다는 강력한 신호를 러시아에 거듭 보내게 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AP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EU 가입 신청서 서명이 상징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