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박 억류 정치화 삼가해야"
"이란자금의 한국의 은행 동결 문제, 한국 정치적 의지 부족 때문"
이란-최종건, 이란 요구 해법 모색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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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최 차관을 만나 “한국은 이 문제(한국 선박 억류)와 성과 없는 선전을 정치화하는 것을 삼가고, 법적 절차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이란 국영 TV를 인용해 전했다.
이란 정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 차관은 아락치 차관에게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4일 걸프만(페르시아만)에서 억류한 한국 선박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아락치 차관은 한국 선박은 기름을 유출해 걸프만을 오염시켰기 때문에 억류된 것이라며 이 사건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독일 dpa통신은 전했다.
아락치 차관을 포함한 이란 관리들은 한국 선박 억류는 미국의 제재에 따른 한국 내 이란 계좌 동결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강조했다고 dpa는 설명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4일 걸프만에서 오염을 이유로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를 나포했다. 그러나 한국케미의 선주사인 디엠쉽핑은 해양오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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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아락치 차관은 최 차관에게 “한국의 은행들은 약 2년 반 동안 이란의 자금을 동결했다”며 “이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반관영 파스통신이 전했다.
이란 정부는 보도자료에서도 아락치 차관이 “이란은 한국과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화했지만 결과가 없었다”며 “한국에서 이란의 자금이 동결된 것은 잔혹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과라기보다는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의 행동은 미국의 몸값 요구에 굴복한 것일 뿐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이란과 한국의 양자 관계 증진은 이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 있다”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자금 동결은 ‘불법적’이라며 “한국 정부는 이란과 관계에서 최우선 사안(동결 자금 해제)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찾는 데 진지하게 노력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이란 정부에 따르면 최 차관은 아락치 차관에게 “이란이 한국 내 동결 자금에 접근하도록 하는 문제는 한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라며 “한국은 이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점을 확실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이란 언론들에 따르면 한국 정부 대표단은 11일 이란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동결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은행과 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따르면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은 약 70억달러(7조6500억원)로 추정된다. 이와 별도로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도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이 동결돼 있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원화 결제계좌로 교역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9월 이란중앙은행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서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제재 수준을 올리면서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이 계좌의 운용을 중단했다.
호세인 탄허이 한·이란 상공회의소 회장은 3일 한국의 은행에 80억~85억달러(8조7500억원~9조3000억원)가 동결돼 있다고 말했다. 탄허이 회장은 이란 국영 ILNA통신에 “에스하크 자한기리 제1 부통령과 한국에 동결된 우리의 돈에 관해 논의하는 회의를 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 다양한 상품들과 한국의 우리 돈을 교환하는 방법에 관한 제안들이 제시됐다”고 말했다고 이란 영자지 테헤란타임스가 전했다.
테헤란타임스는 이란 측 관계자에 따르면 원자재·의약품·석유화학·자동차 부품·가전제품, 그리고 관련 부품이 물물교환 목록에서 우선순위로 포함됐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번 방문에서 이란의 이런 요구에 대한 모종의 해법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이란 정부의 보복 조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복귀를 예고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고, 이란은 4일 산악 지대인 포르도의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이 2015년 이란과 체결한 이란 핵합의에서 규정한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제한 농도는 3.67%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