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측 요청 통화, '공정' '균형' 강조하며 분담금 대폭인상 정당성 강조 해석
정경두 "미군기지 한국인 인건비 일부 우선지급 수용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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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장관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 “정 장관이 오늘 동맹에 걸쳐져 있는 공정한 방위비 분담의 중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나의 전화를 받아줘 감사하다”며 “공정하고 균형 잡히고 포괄적인 합의에 빨리 서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동맹의 상징적 구호인 ‘같이 갑시다’를 소리 나는 대로 ‘KatchiKapshida’로 표기해 해시태그로 달았다.
에스퍼 장관의 언급으로 미뤄볼 때 전화통화는 미측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한국에 미국의 입장을 거듭 설명하며 신속한 합의의 필요성을 압박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균형’ 등의 문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의 정당성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상투적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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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대사가 지난달 31일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협상대표와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고 밝힌 뒤 청와대가 “미국에서 소식이 오는 대로 1일 중 발표가 가능할 수 있다”고 했지만 미 국무부는 이를 정면 부인했었다.
특히 청와대 측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밤 통화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협력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는 취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타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라크 쿠퍼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이날 언론과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나는 협상이 계속돼 왔고, 절대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코 끝나지 않았고, 공정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에스퍼 장관도 정 장관에게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공정한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1일부터 한국인 근로자 8600여명 중 4000여명에 대해 무급 휴직을 단행하면서 한국 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에스퍼 장관과 통화에서 “방위비 분담금협정(SMA) 협상 타결 이전이라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일부를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미국 정부가 수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7일 전했다.
정 장관은 SMA 협상 타결 지연이 한미동맹의 안정성과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면서 주한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양 장관은 SMA 협상이 상호 동의 가능하고 공정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를 위해 협의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