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번 충전으로 500km 달리는 전기차 배터리 양산
수주기준 세계 3위 SK, 2025년 100GWh 생산 능력 보유, 세계 선두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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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조지아 주도(州都) 애틀랜타에서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사업인 SK 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으로 차로 1시간 남짓 달리는 내내 마음은 무거웠다. 미국은 실업률 3.5%로 반세기만 사상 최저치로 구직자보다 구인수가 100만명이나 많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G1)인데 반해 일자리 부족으로 한국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현실이 생각나서다.
◇ 축구장 136개 크기 광활한 SK 배터리 공장
도착한 SK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은 광활했다. 놀라움은 국내외 다양한 공장을 취재한 경험이 있는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SK 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제1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는 폭스바겐(VW) 사장이 건설 현장을 찾아 공장 크기에 놀랐다고 귀띔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부지가 114만6000㎡(34만평·축구장 136개 크기)나 됐다. 이 부지를 조지아주는 20년 무상임대한 후 평당 10달러에 SK 측에 팔기로 했다고 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면서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부심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체가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 자동차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는 상황뿐 아니라 이 같은 조지아주의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SK의 조지아주 사상 최대 투자를 가능케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부지 선정을 위해 미국 전역을 놓고 6개월 동안 검토했다는 SK 관계자는 이곳을 선정한 이유로 부지 무상임대·저가 전기 공급·공장 건설용 자재 면세 등 세금 감면보다 인력 공급 프로그램인 ‘퀵스타트’를 꼽는다.
결국 ‘사람’이었다. ‘세계 진출 우리 기업들이 ‘최고’ 인재인 우리 청년들을 고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라고 자문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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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탄생한 공장에서는 2022년부터 한 번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 내년 중순 시제품을 생산한 뒤 성능 테스트 등을 거쳐 본격 생산에 나선다.
이 공장은 지난해 3월 착공해 1만9000t의 철골 자재를 투입, 3개 건물로 지어지고 있었고, 제1공장 공정률은 28%라고 했다.
3개 건물은 전기차 배터리의 전극-조립-화성 등 3개 프로세스에 따라 일직선으로 세워진다.
전극동은 음극제와 양극제로 배터리용 ‘셀’을 만든다. 조립동은 셀을 쌓는 적층 과정을 거쳐 성능을 고도화한다. 화성동은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며 완성품을 만든다.
SK 측은 “조지아 공장에서 내년 중순 시제품을 생산한 뒤 2022년부터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3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는 주행거리에 따라 1세대 160㎞ 미만, 2세대 320∼500㎞, 3세대 500㎞ 이상으로 구분된다. SK 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조지아 공장은 3세대 배터리 시대의 문을 열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 9.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가 생산된다. 전체 부지는 이런 규모의 공장 5개를 지을 수 있는 면적이다.
배터리 산업 특성상 생산 물량 수주가 이뤄진 뒤 차량 특성에 맞는 배터리를 만들기 때문에 추가 증설이 이뤄진다. 이미 SK는 제2공장 신설을 계획 중이며 2공장은 연내 착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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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의 전폭적인 지원도 SK의 투자 확대를 가능케 했다.
조지아주는 부지뿐 아니라 1년에 9만 가구가 쓰는 분량의 전기를 싼값에 공급하고 변압기를 지어주며 공사비도 보조했다. 건설용 자재에 면세 혜택을 줬고 고용 지원도 약속했다.
SK 이노베이션 미주 건설사업유닛 박종하 과장은 “전기차 공급 확대는 저탄소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미국과 중국·유럽 정부의 중점 추진 사안”이라며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 개막을 앞두고 전기차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에서 배터리 업체로서 강력한 위상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에서는 서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바스(BaaS·배터리를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으로 만드는 전략) 등 첨단 e-모빌리티(Mobility)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를 가속화 중이다.
이는 기술집약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미국이 향후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SK는 설명했다.
SK는 “반도체 공정처럼 청결한 작업장인 ‘클린 룸’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경우 습도 유지가 중요해 ‘드라이 룸’도 갖춰야 한다”며 공장 건설에도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라이 룸은 영하 48도가 되더라도 이슬이 안 맺힐 정도의 작업장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박 과장은 “조지아 배터리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2022년에는 한국 서산·중국·헝가리 공장과 함께 글로벌 ‘4각 생산’ 체계를 완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 수주 물량 기준 세계 3위 SK 이노베이션, 2025년 100GWh 생산 능력 보유, 세계 선두 목표
이들 공장의 배터리 생산 능력도 현재 19.7GWh(전기차 40만대분)에서 60GWh(전기차 120만대분)까지 확대된다. 미 공장의 경우 1공장에서 전기차 20만대분, 2공장에서 전기차 40만대분에 들어갈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수주 물량 기준으로 세계 3위 업체인 SK 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10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세계 시장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커머스시의 자부심, SK 공장
‘커머스 비즈니스 파크’에 위치한 SK 공장은 지역 랜드마크 역할를 할 것이란 기대다. I-85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공장이 완공되면 약 600m 길이의 외벽은 SK를 알리는 문구로 장식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커머스시 측에서 공장 외벽이나 표시판에 SK뿐아니라 커머스시를 알릴 수 있는 표시를 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시 당국이 이 공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실제 지역 주민 행사에 이 공장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SK 관계자가 초청돼 주요 내빈으로 소개돼 큰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 SK가 G1 미국에서 견실하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