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내년 1월 11일 실시되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총성 없는 치열한 이전투구 식의 물밑 공방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하의 통일 원칙을 고수하는 국민당의 승리로 끝날 수 있도록 노골적인 개입에 나서자 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양안(兩岸) 긴장이 자연스럽게 고조되고 있다. 일부 외신에서는 이번 선거가 민진당이 국민당이 아닌 중국 공산당과 정면충돌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왕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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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주재하던 전 중국 고위 정보원 왕리창.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에 망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만 공작에 개입한 사실을 폭로했다./제공=홍콩 싱다오르바오(星島日報).
지난 6개월 동안의 홍콩 시위 사태로 인해 대만에서도 무르익어가는 ‘대만 독립’의 분위기에 초조해진 중국이 일방적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안 관계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24일 전언에 따르면 비밀리에 침투시킨 공작원들 및 친중 단체와 기관에 대한 원격 조정을 통해 현 총통인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재집권할 경우 전쟁 발발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홍콩 주재 고위 정보원인 왕리창(王立强·가명)이 오스트레일리아 정보기관인 ASIO에 “중국은 대만 총통 선거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차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전쟁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는 공작도 하고 있다”라는 요지의 정보를 흘린 사실만 봐도 분명해진다.
지난 20일 대만해협에 최초의 국산 항모인 산둥(山東·001-A)함을 통과시키면서 무력 시위를 감행한 행보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여차 하면 대만인들을 혼돈으로 몰아넣을 대대적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시위는 효과도 적지 않게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주요 타격 대상이 될 화롄(花蓮)을 비롯한 일부 도시에서 생필품의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민진당은 중국의 공세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 차이잉원 후보 역시 유세 때마다 중국의 선거 개입 노력을 규탄하면서 대만 유권자들이 흔들리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이 파견한 정보원들로 의심되는 경제인, 학자, 유학생들을 대거 추방하는 조치도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리스트를 확보했다는 설도 파다하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대만 기업인 L 모씨는 “대만에는 적지 않은 중국 정보원들이 암약하고 있다. 이들 중 몇 명이라도 추방하면 이들의 활동은 바로 위축된다”면서 예사롭지 않은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양안의 공방은 당분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 확실하다. 특히 중국의 개입은 총통 선거를 목전에 두게 될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으로서는 민진당의 재집권을 제지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인 만큼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대만 역시 적극 맞대응을 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국지전을 불러 일으킬 위험성도 내포한 양안의 긴장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