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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 100일...그을음처럼 남은 상처, 치유에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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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환 기자

승인 : 2018. 05.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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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했던 '기억의 소환'…밀양 세종병원 화재현장을 가다
가곡동 의료시설 전무해 주민 의료환경 열악…지역경제도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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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휩쓸고간 세종병원은 가곡동민의 빠른 개원을 염원하는 현수막만 걸려 있을 뿐 사고당시 현장 그대로 방치돼 있다 /오성환 기자
지난 2일 경남 밀양시 가곡동 거리에서 바라본 세종병원 건물은 화재 발생 97일이 지났음에도 당시의 참상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화마가 남긴 검은 그을음은 비에 젖은 건물 외부에 온전히 남아있어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병원 입구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애도하며 가곡동민은 세종병원의 빠른 개원을 간절히 소망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충격과 아픔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고 싶어하는 지역 주민들의 염원을 말해주는 듯 했다

지난 1월 26일 192명의 사상자를 내며 지역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5일로 사고 100일을 맞는다. 화재로 인해 수 많은 생명을 잃었지만 시민들의 놀라운 극복 의지와 밀양시의 신속한 사후 대처로 수습과정은 원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주민들에게는 당시의 잔상이 오롯이 남아 충격과 공포로 기억되고 있었다. 병원 앞을 지나던 주민 김모씨(45·여)는 기자가 당시 상황을 묻자 “너무 무서웠어요. 그때는 다시 상상하기도 싫어요”라고 말하며 몸을 떨었다.

김씨는 이어 “동네 사람들이 다 뛰어나왔어요. 병원에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실려나오는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 없었어요. 소방차가 달려오고 사람들의 아우성이 빗발치는데도 아무 정신 없이 그저 쳐다만 봤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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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앞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주변 약국도 그을음이 낀 셔터를 내린 채 문을 닫았다. 아비규환을 목격한 생존자들은 다시는 찾지 않고 싶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성환 기자
3일 다시 찾은 세종병원은 흉물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화재의 참화를 빚은 병원 건물은 철거되지도 못한 채 음산함만 풍기고 있다. 거리에 어둠이 내려앉자 병원 주변은 적막함에 휩싸였다. 병원을 오가던 사람들이 사라져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처럼 어두컴컴하다. 기약 없이 손님만 기다리는 인근 식당은 흐릿한 불빛 아래 텅 빈 테이블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다.

화재 발생 후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를 통해 세종병원을 운영한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 손모 이사장(56·구속)이 영리 목적으로 의료법인을 불법 인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당이득금 408억원을 환수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세종병원 대표자와 법인 재산에 대한 가압류 조치에 들어가 건물의 철거 또는 재건축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주민 의료복지 개선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서라도 빠른 시간 내 병원의 신규 개설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세종병원 처리를 서둘러줄 것을 시에 요구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우영선 가곡동통장협의회장(61·여)은 “화재사고 이후 유동인구가 크게 줄면서 가곡동 지역상권이 침체됐다. 불에 탄 흉물스런 건물이 우뚝 서 있어 주민들이 참상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외출을 꺼리고 있다”며 “언론도 이 같은 주민들의 어려움을 적극 알려 빠른 후속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가곡동 주민들은 세종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동(洞) 소재 의료시설이 전무해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인근 삼문동 등 타 지역으로 가야 하는 등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며 “주민 의료복지 개선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서라도 병원의 신규 개설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종병원 화재사고로 인해 61명이 사망했다. 이 중 43명은 화재로 인한 사망자다. 밀양시는 43명에 대해 사고 발생 즉시 유족에게 장례비를 실비로 지급했다. 유족 41명과 합의를 했지만 14명은 아직까지 합의금을 수령하지 않고 있다. 시는 오는 10일까지 합의금이 전액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합의하지 않은 피해자 2명의 유족들은 피해보상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이번 화재 사고를 계기로 밀양의 역세권이지만 가장 낙후된 지역인 가곡동을 생동감 있는 도시 중심지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오는 2023년까지 520억원을 투입해 ‘가곡동 신활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화재사고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시민들의 안전의식과 재난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안전체험관 건립과 공공 및 다중이용 건축물 CCTV 확충사업도 진행한다.

또 밀양역광장 이벤트 사업을 추진, 낙후된 밀양역 주변을 새로운 창업·문화 중심지로 육성하고 열악한 주거환경 인프라와 의료시설을 보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민 편의를 위해 철도육교 엘리베이터 설치, 예림교 입체교차로·도시계획도로 개설 등 가곡동 주민들의 오랜 숙원도 해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화재없는 안전한 밀양’을 만들기 위해 전국 최초로 ‘전기시설설치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노후전선 교체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오는 31일까지 안전취약계층인 독거노인 5940세대에 대해 연기 감지기 설치와 소화기를 지급한다.

시민들이 안전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각종 재난에 대한 맞춤형 안전교육을 지속 실시한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당시의 참상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정부의 국가안전대진단과 연계해 사전에 관리 감독을 잘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의식과 인식을 평소에도 꾸준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민의 안전한 삶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해 ‘안전 밀양’을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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