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10명 중 6명은 연차 맘대로 못 써…근로기준법 ‘사각지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05010001264

글자크기

닫기

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4. 05. 13:53

5인 미만 사업장, 유급 병가·연차 30%대
'빨간날' 유급휴가도 44%에 그쳐
직장갑질 119, "권리는 규모와 무관"
clip20260405133012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전체 임금근로자 5명 중 1명꼴인 약 390만명이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핵심 보호 밖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390만3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7.4%를 차지했다. 이들은 사업장 규모가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해고 제한, 연장근로 제한, 연차유급휴가, 가산수당,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근로기준법의 주요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26년 1분기 기준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7.1%에 그쳤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85.7%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실제 연차 사용일수 격차도 컸다. 2024년 기준 '연차를 6일 미만 사용했다'는 응답은 5인 미만 사업장이 76.8%로 집계됐다. 300인 이상 사업장(18.2%)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준이다. 명절·공휴일 유급휴식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은 40% 안팎에 머문 반면, 대기업은 80%대를 기록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구조적으로 취약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괴롭힘 '경험률' 자체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심각하다'는 인식은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가해자가 대표나 임원 등 사용자인 경우가 많아 내부 문제 제기가 어렵고, 대응 역시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괴롭힘 이후 '그만두었다'는 응답은 최대 46.9%로 전체 평균의 두 배 수준이었다.

해고 문제도 사각지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부당해고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사용자가 30일 전에 예고만 하면 해고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직 사유 중 '해고' 비율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0.8%로, 전체 평균 14.1%의 두 배를 웃돌았다. 고용보험 가입률도 45.7%에 그쳐 절반 이상이 실업급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서는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된 상태다. 22대 국회에서만 관련 법안 7건이 제출됐지만,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역시 '사회적 공감대'를 전제로 단계적 확대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내놓지 못한 상태다.

직장갑질119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08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정부와 국회에 권고했지만, 지금까지도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세옥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를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면 정의부터 적용 범위까지 모든 일하는 사람을 제대로 포괄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전면 개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