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해 넘기는 조선·항공 빅딜… 기간산업 경쟁력 ‘시계제로’

해 넘기는 조선·항공 빅딜… 기간산업 경쟁력 ‘시계제로’

기사승인 2021. 12. 07.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독과점 우려에 기업결합 심사 지연
현대중-대우조선 3년째 제자리걸음
대한항공-아시아나, 노선조정 관건
basic_2021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주요 기간산업 ‘빅딜(Big Deal)’이 해를 넘어설 전망이다. 코로나19와 독과점 우려에 따른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지연이라는 난기류를 만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 각국에서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국도 신속하게 기간산업 재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중-대우조선,3년째 제자리걸음… EU심사재개했지만 승인 난항 예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3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당시 양사 결합은 글로벌 1·3위 기업 간 통합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조선업계에서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심사가 지지부진 하면서 김이 빠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합병 무산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2019년 1월 국책은행이자 대우조선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추진하기로 밝힌 바 있다. 2015년 이후 채권단 주도 아래 진행돼 오던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 과정이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게 산은의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같은 해 3월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55.7%)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사들을 지배하는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출자하고, 대신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받는 방식이었다.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의 2대 주주가 되고,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된다.

이후 그해 4월 유럽연합(EU)이 사전심사 절차를 개시한데 이어 7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도 신청됐지만 합병은 아직까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본계약 체결 후 1년 안에 완료하겠다는 것이 목표였지만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지면서 계약 종결 시한만 네 차례 연장했다.

현재 중국과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상대적으로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국가에서는 기업결합심사를 조건 없이 승인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연합(EU)은 여전히 심사 중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EU의 심사를 기업결합 심사의 핵심이라 꼽아 말하고 있다. EU는 앞서 2019년 12월에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유로 심사를 세 차례나 연기했다. 최근 1년 4개월만에 EU의 심사가 재개됐지만 MSC, 머스크 등 거대 선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대우조선 합병의 득실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EU는 선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되면 한국조선해양의 LNG선 시장점유율은 70%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실제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발주 153만CGT 중 국내 3사의 수주량은 143만CGT에 달했다. 전 세계 발주된 LNG선 10대중 9대 이상이 한국산이라는 말이다.

즉, 심사가 재개됐다 하더라도 마냥 낙관적이라고는 보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심사기한은 내년 1월 20일까지로 약 두 달가량 남았다. 업계에서는 일본과 한국 공정위가 EU의 기업결합 심사 판결 결과에 따라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1년째 표류’ 대한항공-아시아나… 노선조정 관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또한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6일 제2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의 위기가 촉발되자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항공산업 정상화를 이뤄내고자 내린 결정이었다.

양사 통합은 산은이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이 산은에서 지원받은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한 후 대한항공이 이를 토대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었다. 주식 취득 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양사 합병은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 대한항공이 지난 1월 대한항공이 공정위를 포함 14개 국가에 기업결합 심사 신청을 한지 11개월이 지났지만 결과가 다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대만·터키·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에서는 심사가 완료됐지만 필수신고국가인 한국과 미국·EU·일본·중국, 임의신고국가인 영국·호주·싱가포르 등 총 8개 국가에서는 아직도 심사가 진행 중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미국과 EU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국가가 국제선 중복노선에 경쟁 제한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노선은 국제선 기준으로 △미주 6개 △유럽 6개 △중국 17개 △일본 12개 △동남아·동북아 24개 △대양주 1개 △인도 1개 등 모두 67개에 달한다.

만약 이들 국가가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거나 해당 지역의 노선 사업권 포기 등을 승인 조건으로 내걸 경우 현실적으로 인수·합병이 어려워질 수 있다. EU는 아직 통합에 관한 정식 심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공정위 또한 양사 통합과 관련된 심의를 연내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쟁제한성, 소비자 편익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어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주식 취득 등 유상증자 일정도 미뤄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9월 주식 취득예정일을 3개월 연기한 12월 31일로 공시했다.

다만 대한항공의 경우 2024년 통합항공사를 출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아직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앞서 3월 코로나19 여파 등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내년까지 마무리한 뒤, 2년간 자회사로 운영하다 2024년에 두 회사를 통합하겠다는 내용의 인수 후 통합 전략(PMI)을 산업은행에 제출한 바 있다.

◆경제계 “공정위 결합심사 서둘러야 해외당국 속도”… ‘포스트 코로나’ 경쟁력 마련 절실

산업 재편이 해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에서는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출 등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글로벌 업황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조선업계는 물론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쟁력 마련이 절실한 항공업계에는 뼈아픈 현실이다.

전문가들 또한 주요 기간산업의 빅딜이 늦어질수록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조239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작년 대비 적자로 전환할 것을 점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현재 일시적인 항공화물 시장 호황으로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요인이 발생하는 경우 자본 잠식 확대 등으로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 올 3분기 별도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무려 3668.3%에 달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우리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결정을 빨리 내면 해외 경쟁당국이 이를 보고 참고할 수도 있는데 작금의 상황은 시간끌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경영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기업 간 결합 승인을 신속하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기업을 지원·후원하는게 역할인데 시장경제에서 오히려 기업의 경영활동을 저해한다던지 영역을 축소시키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특히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줘야 기업이 기민하게 움직여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제언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