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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형 최태원의 28년 궤적… SK 행복 씨앗으로 ‘국가 AI’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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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6. 11. 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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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선종후 서른여덟 젊은 총수 데뷔
자산 32조→422조 재계 2위 퀀텀점프
사회문제 해결 위한 'SPC' 공식 제안
사회적 가치 앞세워 경영공식 새바람
"행복해지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1년간 1만4000명… '행복토크 100회'
세계 4위 겨냥한 한일 경제연대 구상
2100조 투자로 '선택과 집중' 승부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재계 맏형으로 불린다. 단순히 국가대표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라서만은 아니다. 개인이 행복해야 기업도 성장하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론을 솔선수범하며 전파하는 진짜 '어른'이라서다. 범국가적 이슈에 팔을 걷어붙였고 이제 시대를 관통하는 국가단위 'AI' 전략을 이끌어가는 첨단에 섰다.

최 회장이 그룹을 이끈 지 28년이 흘렀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불과 엿새 뒤 서른여덟 젊은 장남이 SK 대표이사 회장자리에 올랐다. 그사이 SK 자산은 32조원에서 422조원(2026년 공정위 기준)으로, 재계 순위는 5위에서 2위로 퀀텀 점프했다.

그럼에도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아버지 20주기 추모식에서는 자신은 아직 훌륭한 경영자임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공을 선대에 돌렸다. 30대 젊은 총수로 출발해 재계 맏형에 이르기까지, 인간 최태원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 봤다.

◇서른 여덟 선경家 장남, 재계2위 총수로 28년

최태원 회장은 1960년 12월 3일 최종현 선대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큰아버지 최종건 창업회장이 1953년 수원에서 선경직물을 세웠고, 1973년 그가 세상을 떠나자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그룹을 이끌었다. 최종현 회장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하며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그룹을 도약시킨 거인이다.

최태원 회장은 신일고와 고려대 물리학과를 나왔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 선경에 입사해 1994년 경영기획실 이사, 1996년 종합기획실장을 맡으며 경영을 익혔다. 아버지가 정보통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민영화에 참여하던 무렵이다.

아버지 고 최종현 회장은 1993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맡았다. 폐암 수술을 받은 뒤에도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나와 경제위기 대응책을 논의할 정도의 뜨거운 리더였다.

최 회장은 부친 별세 엿새 만인 1998년 9월 1일, SK㈜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선친은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고 장남은 이를 그대로 지켰다. 장례는 화장으로 치러졌고, SK는 500억원을 들여 지금의 세종시에 장례시설 '은하수공원'을 짓고 2010년 1월 기부했다. 그는 아버지가 1974년 사재를 털어 세운 한국고등교육재단의 2대 이사장에도 올랐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빈자리는 최 회장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2008년 선대회장 10주기 추모사진전에서 그는 "아직은 멀었고, (선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사실 아버지가 접어야 했던 꿈은 장남이 대신 이뤘다. 선대회장은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세웠지만 2차 오일쇼크로 자금난을 겪으며 3년여 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리고 2011년, 최 회장은 그룹 안팎의 우려 속에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했다. 당시 임직원들에게 "오랜 꿈이 실현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내는 초국가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AI로 재현한 영상 속 선대회장은 "꿈꿨던 이상으로 재단을 성장시켜준 최태원 이사장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 회장은 장학생들에게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음수사원'을 되새기며,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스스로 설계하는 인재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행복을 수치화… 최태원의 '사회적 가치'

최태원 회장은 2013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기업이 만든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그만큼 현금으로 보상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처음 제안했다. 이 제안은 2015년 SK에 입혀졌다.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을 꾸려 사회적 기업에 성과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했고 핵심 3개사가 2018년 한 해 만든 사회적 가치가 12조원 남짓이라는 측정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최 회장은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2019년 신년회에선 회사 제도의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꾸자며 구성원과 100번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그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경영진들에게 앞으로 평가를 "구성원의 행복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회사 근처 대중음식점에서 직원들과 국밥과 소주를 먹으며 '번개 행복토크'를 열었고 "성공한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행복해지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약속한 100번째 행복토크는 12월 18일 채워졌다. 연인원은 1만1400여 명에 달했다.

대한상의 회장이 된 뒤 그는 이 실험을 경제계 전체로 넓혔다.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를 해마다 열었고 이후 정부·기업·금융의 자본을 잇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 구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제계 맏형으로 'AI 네이티브 국가' 설계… 2100조 청사진

최태원 회장은 2021년 3월 대한상의 24대 회장에 올랐다. 첫 공식 행사는 취임식이 아니라 타운홀 미팅이었다.

늘 국가 행사의 맨 앞줄에 섰다. 그는 2030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아 약 1년 반 동안 지구 17바퀴에 해당하는 70만㎞를 다녔다. 2023년 6월 쉬는 날 테니스를 치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졌지만 깁스와 목발 차림으로 나타나 유치전을 이어간 일화가 유명하다. 2025년에는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의장도 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이 참석했다.

그가 수년째 되풀이하는 제안은 한일 경제연대다. 2023년 무렵부터 한국과 일본이 유럽연합(EU) 같은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두 나라가 하나의 경제권이 되면 미국·EU·중국에 이은 세계 4위 경제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AI는 그가 국가 차원의 구상을 펼치는 무대다. 수만 개의 AI 스타트업을 키워야 하고, 한정된 자원을 '선택과 집중' 해야 'AI 3강'에 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난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SK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내놨다. AI 데이터센터에 약 1000조원, 반도체 공급 확장에 1100조원, 총 2100조원에 달하는 범국가적 계획이다.

28년 전 아버지를 떠나보낸 젊은 총수는 이제 다음 세대 앞에 서 있다. 지난 5일 서울대 강연에서 최근 관심사를 묻는 학생에게 그는 AI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거시경제를 논한 후, 개인적으로는 언제까지 테니스를 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실패 경험이 여러분 미래를 튼튼하게 해주고 회복탄력성을 키워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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