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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KBS 선양 특파원 오세균 4년의 기록 대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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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6. 11. 0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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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국경 최근 출간
KBS에서 31년 동안 재직
한국 방송사 최장 中 특파원 기록
무려 7년 재직, 베이징에서도 3년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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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과 신투먼대교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북한 남양노동자구 앞 북중 접경지역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오세균 전 KBS 선양 특파원.
KBS 베이징 지국장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특파원으로 각 3년과 4년을 활동한 언론인 오세균 씨가 당시의 활약상을 다시 기록으로 남기게 됐다. 최근 지난 4년 동안의 방대한 선양 취재기를 묶어 '잊혀진 국경 1,400km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물길과 감시망으로 읽는 북중 국경'을 도서출판 파라북스에서 출간한 것. 저자 본인이 필생의 노작이라고 자부하는 이 책은 총 368쪽으로 주로 북한과 중국 접경의 변화와 국경 물류의 흐름을 취재한 내용이 집중적으로 담겨 있다.

오 전 특파원은 KBS에서 31년 동안 재직하면서 중견 기자 시절 한미 FTA 취재팀을 이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후 중국지국장 겸 특파원으로 베이징과 선양에서 활동하면서 한국 방송사 특파원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중국 현지에서 근무하는 기록을 남겼다. 특히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국경이 닫혔던 2020년부터 4년 동안은 선양에서 북중 접경의 변화와 국경 물류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또 다큐멘터리 <미중 신냉전 시대 오나>와 <화웨이, 우리는 안전한가>를 제작, 미중 패권 경쟁의 실상을 조명한 바도 있다. 이외에 KBS 홈페이지에 고정 칼럼 '오세균의 중국話(화)'를 연재, 누적 조회수 1000만 회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서로는 <차이나 크라이시스-돌아온 트럼프, 위기의 중국>이 있다. 다음은 오 전 특파원의 취재 수첩에 기록된 책의 요지.


◇ 휴전선만 바라보는 사이, 1400km의 국경이 달라지고 있다.

북중 국경의 길이는 1400km. 남북한 군사분계선인 248km보다 5배 이상 길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랫동안 휴전선에 갇혀 이 국경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굳게 닫힌 북한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면 국경은 북한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관찰 지점이다. 중국의 작은 움직임이 북한의 변화를 반영하고 북한의 작은 변화가 중국의 대응을 바꾼다. 이 책은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우리의 시선에서 멀어진 국경을 물길과 감시망이라는 두 개의 렌즈로 읽어낸다.

◇ 강이 쓰고 지우는 국경선

압록강 하구의 선박 침몰은 과적 때문만이 아니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부터 3년간 양국의 준설 작업이 멈추면서 수로가 얕아진 탓이었다. 강은 국경선 위에서도 쉬지 않고 흐르면서 땅을 만들고 허문다. 황금평은 1962년 조중(북한과 중국)변계조약 당시 10.4㎢에서 약 11.94㎢로 14% 이상 넓어졌다. 이제는 폭 10m 안팎의 인공 수로와 철조망 만 사이에 둔 채 중국 육지와 맞닿아 있다. 하첨사주를 둘러싼 해석 차이는 30년 넘게 협상의 걸림돌로 남았다. 책은 마시도와 '미획정 10개 섬·사주'까지 짚으면서 국경이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물길 위에서 끊임없이 협상 대상이 되는 공간임을 보여 준다.

◇ 다리와 송유관, 그리고 단둥(丹東)이라는 관찰자의 도시

북중 관계의 온도는 인프라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북중 국경에는 1950년 중국군이 수면 40~50cm 아래에 놓아 하늘에서도 보이지 않게 한 '보이지 않는 다리'가 있다. 양국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송유관 밸브를 예고 없이 잠가 단 사흘 만에 관계가 악화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돌려세우기도 했다. 제재의 그물은 촘촘하나 회색지대의 중개인들은 멈추지 않았다.

2024년 수해 현장에 나타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차는 대당 약 2억 원짜리 렉서스 'LX 600'이었다. 얼마 전 개통된 신압록강대교는 완공 후에도 12년 동안 차량 한 대도 건너지 못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또 다른 차량은 2026년 10월 24일 이 다리를 건넜다.

팬데믹 시기 투먼(圖們)시는 철조망 위에 새를 막는 그물망까지 얹었다. 이제 북중 국경의 감시가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원래 백두산 호랑이를 쫓기 위해 만든 카메라는 강을 건너려는 사람의 발자국까지 센다.

◇ 지워지는 고구려, 덮이는 선양의 기억

압록강 일대는 청나라가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고구려가 호령하던 우리 민족의 영토였다. 그러나 오늘날 단둥에서는 고구려의 숨결을 지우고 있다.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주장하는 거대한 역사 왜곡이 진행 중인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고구려 박작성이 있던 후산(虎山)장성을 명나라 장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내에는 약 1억 위안(元·203억원)을 들인 '동북아 국경 역사박물관'을 지으면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자국에 편입하려 한다.

선양의 기억도 같은 운명이다. 이곳에는 1901년 무렵부터 조선인이 모여들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강제 이주까지 더해졌다. 이렇게 동북 3성 최대의 조선인 거주지가 된 서탑은 한때 '국경 없는 거리'였다. 병자호란 뒤 끌려온 조선인 포로가 물건처럼 거래된 남탑 일대는 지금 중국 10대 신발 도매시장으로 변했다. 사람을 사고팔던 자리가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된 것이다. 역사의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 자리를 덮어간다.

◇ 동쪽의 숨구멍, 북중러가 새로 쓰는 지도

두만강은 세 나라의 셈법이 가장 복잡하게 얽힌 강이다. 중국은 동해로 나가는 길목에서 약 15km 앞이 막힌 채 러시아와 북한의 영토에 가로막혀 있다. 2024년 5월 시진핑(習近平)과 푸틴은 중국 선박의 이 두만강 출해를 위한 '건설적 대화'를 공동성명에 담든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극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철교 높이 개선과 하구 준설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이처럼 중국에게 두만강이 '막힌 출구'라면 북한에게는 '열리는 숨구멍'이다. 북러 사이에는 자동차 교량이 놓이고 여객 열차가 다시 달리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가 북한, 북한의 노동력이 러시아로 오고 간다. 그 이면에는 제재를 우회하는 노동력과 외화의 흐름이라는 어두운 그늘도 있다. 협력과 견제, 기회와 위험이 한 강 위에서 교차하는 이 변화는 동북아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닫혀 있던 동쪽 국경이 열리는 순간 한반도와 동북아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결어 : 우리가 잊은 사이, 국경은 변하고 있다

국경은 고정된 선이 아니다. 시대와 관계에 따라 그 기능과 의미가 달라진다. 같은 국경이라도 국가 간 관계가 바뀌면 닫히기도 다시 열리기도 한다. 이 책은 국경선의 위치를 확인하는 책이 아니다. 강과 다리, 송유관과 철도, 카메라와 철조망 위에서 국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따라가는 책이다. 우리의 시선에서 멀어졌던 국경을 다시 바라보는 일은 지금의 북한을 이해하는 출발점이자 언제인가 통일 한국이 마주하게 될 국경을 준비하는 일이다. 국경의 변화가 향하는 곳은 결국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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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균 전 KBS 선양 특파원의 신작./저자 제공.
총 11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디지털 시대의 독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방대하다. 단숨에 읽기에는 벅찰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저자가 방송기자답게 발로 뛰면서 글을 영상처럼 리얼하게 쓴 탓에 너무나도 술술 읽힌다.그의 성실함과 뛰어난 순발력, 문재(文材)에 자주 감탄한 바 있는 동료 겸 선배 기자의 입장에서 한반도와 북중러 관계, 나아가 글로벌 정세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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