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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이용권 신부 “유사종교, 성경은 미끼 본질은 다단계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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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6. 11. 0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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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천주교 유사종교 대책위원장
현대인 불안·소외감 틈 타 소그룹으로 접근
성경 오역인 '모략'을 사기 수법 정당화에 이용
"잠시 멈추는 시간 갖고 스스로 질문할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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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의정부교구 대화동성당에서 만난 한국천주교 유사종교 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 이용권 신부는 "유사종교에서 성경은 미끼 상품일뿐, 결국 교주를 파는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사진=황의중 기자
대한민국은 종교를 믿는 사람보다 '무종교인'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절반 이상인 나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는 사이비, 즉 '유사종교'의 폐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성 종교가 힘을 잃어가는 시대에 왜 이들은 사람들의 삶을 더 강력하게 파고드는 것일까.

최근 만난 한국천주교 유사종교 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인물이었다. 이용권 신부는 천주교 차원에서 유사종교 예방교육과 그 덫에 빠진 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신부가 보는 유사종교의 본질은 '다단계 사기'다. '성경' 또는 '수행'을 미끼로 내걸지만 결론은 '교주'를 판다. 그는 '현대인의 불안·소외감' '맹목적인 정보 수용' 등이 유사종교의 꼬임에 넘어가는 원인이 된다며 "잠시 멈춰서 질문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했다. 다음은 이 신부와 나눈 대화다.

-우리사회에서 무종교인은 갈수록 늘고 있는데, 유사종교는 오히려 번성하는 것 같다.

"유사종교가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방식부터 잘 들여다봐야 한다. 전도를 위해 다수가 접근한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에게 다가갈 때는 철저히 소수로 움직인다. 첫 번째 단계는 무조건 '인간적인 친밀감 쌓기'와 '신뢰 관계 형성'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벽화 그리기·플래시몹·K팝 댄스 같은 순수한 문화 활동으로 위장해 접근한다. 그러면서 취업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는 척한다. 현대 기성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개인이 느끼는 익명성과 소외감이 커졌다. 이를 틈 타 유사종교는 이 소그룹 안에서 '인간적 관계'를 채워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매료되는 것이다."

-전도를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모략 전도'가 최근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줬다.

"사실 성경에서 말하는 '모략'이라는 단어는 과거 번역의 오류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한문 성경과 영어 성경을 중역하는 과정에서 하느님의 역사를 뜻하는 '경륜'이라는 말을 '모략'으로 잘못 번역한 것이다. 유사종교는 이 오역을 악용해 '전도를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도 된다'며 사기 행위를 정당화한다. 그들의 수법은 전형적인 사기꾼의 방식과 같다. 처음에는 99%의 진실을 이야기하다가, 신뢰가 쌓이면 교묘하게 1%의 거짓을 섞어 상대를 속여 나간다."

-기성 종교의 성직자 중에서도 유사종교의 수법에 말려들거나 이용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가톨릭 신부나 스님에게 유사종교의 위장 단체 소속 기자가 찾아와 '평화'나 '순수 문화 활동' 같은 좋은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해 흔쾌히 응한 것뿐인데, 나중에 보니까 유사종교의 포교 및 홍보의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들이 있다. 유사종교는 종교성을 철저히 숨긴 채 '세계 평화'나 '봉사 활동' 같은 보편적인 가치로 위장한 단체를 수없이 만들어 활동한다. 이 때문에 내막을 잘 모르는 기성 종교인과 외부 기관은 이용당하기 쉽다."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면 종교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비즈니스 조직 같다.

"정확한 지적이다. 본질은 다단계 사기 수법과 똑같다. 처음에는 성경이나 기(氣) 수련 같은 매력적인 '입문 상품'을 들고 나오지만, 교육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으로 꼭두각시 상태가 되면, 결국 최종 상품인 '교주'에게로 연결한다. '구원을 받으려면, 혹은 수련을 완성하려면 교주를 만나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교주 한 사람이 신격화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상부층의 이익을 위해 조직원들을 쥐어짜는 다단계식 구조가 완성된다."

-가족 또는 이웃이 유사종교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종교계 제 역할을 못 하고 소외된 이들을 품어주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대안은 개인의 '철학적 주체성'과 '판별력'을 키우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주입된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유튜브나 릴스·쇼츠 같은 짧은 영상에 중독돼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어버린다. 누군가가 나에게 너무나 친절하게 다가오거나 권위를 내세울 때, 그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항상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왜 나에게 이렇게까지 할까?' '저 사람의 말이 정말 맞을까?'라며 물음표를 찍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예방 차원의 조언을 해주신다면.

"유사종교는 현대인의 깊은 '불안함'을 파고든다. 현대 사회는 늘 우리에게 무언가를 더 채우라고 요구한다. 스펙을 쌓고, 새로운 물건을 사고, 끊임없이 정보를 채우라고 한다. 그렇게 채우기만 하니 늘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한 것이다. 이제는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변의 자연이나 동네 가로수 길이라도 천천히 걸어보시라.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잔잔하게 마음을 비워내고 멈출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주변을 식별할 수 있는 주체적인 힘이 생겨난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잠시 정지하는 것, 그것이 유사종교의 유혹뿐 아니라 마음의 병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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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신부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천천히 걸으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멈추는 시간이 있어야 유사종교의 덫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사진=황의중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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