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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내강 리더십, 승부는 정면으로… 위기마다 빛난 ‘조원태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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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 김소영 기자

승인 : 2026. 11. 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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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로 화물운송…코로나 위기 정면돌파
아시아나 인수하며 '메가캐리어'로 비상 앞둬
온화한 미소 뒤에 누구보다 뜨거운 승부 근성
수정수정
그의 얼굴에는 늘 온화한 미소가 번진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부드러운 인상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승부 근성이 자리하고 있다. 위기 앞에서 물러서기보다 정면으로 돌파한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주저 없이 승부수를 던지는 사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진짜 면모는 부드러운 표정 너머에 감춰진 강인한 '도전정신'에서 드러난다.

1976년생인 조 회장의 영문 이름은 '월터 조(Walter Cho)'다. '군대를 이끄는 지휘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처럼 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라는 항공업계 유례없는 과업을 진두지휘하며 한국 항공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193㎝의 훤칠한 체격 때문에 붙은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 역시 그를 설명하는 상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조 회장의 진정한 크기는 신체적 조건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거센 파고가 밀려올수록 오히려 정면으로 맞서는 배짱,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승부 앞에서도 결단을 내리는 뚝심이 그를 거인으로 만든다.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을 품고, 미소 뒤에 승부사의 기질을 감춘 리더. 조원태 회장은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진그룹의 다음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조 회장의 고객을 대하는 그의 원칙은 단호하다. 기존의 성과에 안주하는 순간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생각이다. 조원태 회장은 일찍이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은 퇴보나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2010년 대한항공 전무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던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소신이다. 당시의 발언에는 이미 그가 지향하는 경영의 방향이 담겨 있었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기보다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혁신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한진그룹의 수장이 된 지금까지도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있다.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 것은 곧 퇴보라는 것. 조 회장이 경영 현장에서 일관되게 견지해 온 철학이다.

조 회장은 부친인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의 별세 이후 2019년 4월 24일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위기 속에서 그가 보여준 행보는 파격적이다. 2020년 1월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 고립된 교민들을 귀국시키기 위한 특별 전세기에 직접 탑승한 것이다. 감염병에 대한 정보조차 부족해 공포가 확산하던 시기였지만, 조 회장은 주저하지 않았다.

방호복을 입고 교민 수송에 동행한 조 회장은 승무원들과 함께 현장을 지켰다. 기내 천장에 닿을 듯한 큰 키의 회장이 교민들을 향해 "웰컴(Welcome)"이라며 인사를 건넸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직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수송에 자원한 만큼, 자신도 책임자로서 그들과 함께하겠다는 의지였다.

이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고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대한항공의 경영 환경도 급격히 악화했다. 조 회장은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투입하는 등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며 위기 돌파에 나섰다. 2020년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그룹의 새로운 성장 기반 마련에도 착수했다.

◇ 3대에 걸친 '수송보국'의 길

변화무쌍한 항공산업의 파고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과 실행력이 필요하다. 조 회장이 위기 때마다 보여준 도전정신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피는 속이지 못한다'는 말처럼 그의 행보에서는 3대에 걸쳐 이어져 온 한진그룹의 경영철학이 엿보인다. 한진그룹의 역사는 1945년 11월 1일 조중훈 창업회장이 트럭 한 대로 '한진상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1969년에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했다.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 창업회장은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수송보국(輸送報國)' 정신을 앞세워 결단을 내렸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양호 선대회장은 세계무대에서 그룹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2000년 델타항공·에어프랑스·아에로멕시코와 글로벌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을 출범시키고, 2008년에는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를 설립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조원태 회장 역시 부친의 엄격한 가르침을 통해 선대의 경영철학을 체득했다. 기획부터 자재, 여객, 화물에 이르기까지 항공사 운영 전반을 두루 경험했으며, 임원으로 승진한 뒤에도 한동안 운전기사 없이 직접 다녀야 했다. 직책이 주는 권위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발로 뛰며 현장에서 답을 찾는 리더의 자세를 익힌 것이다. 조 회장은 아버지에 대해 "경영의 모든 것을 배웠다. 부친께서는 늘 현장을 강조하셨다. 문제도, 해답도 현장에 있음을 알려주셨다"고 회고했다.

◇ 직원 식당까지 직접 찾아가는 '소통경영'

조 회장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소통'이다. 그는 그룹에 젊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불어넣은 소통형 리더라는 평가다. 직원들과 만날 때도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친근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둔다. 현장에서는 격식을 갖춘 정장 대신 와이셔츠의 윗단추를 푼 편안한 차림으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곤 한다.

"김포공항에서 근무하는데, 메뉴·반찬 등을 비롯한 식사 여건이 너무 열악합니다. 사내에서 운영하는 식당 수준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방안을 좀 찾아주세요!" 2017년 대한항공 사내 익명 게시판인 '소통광장'에 올라온 글이다. 당시 대한항공 사장이었던 조 회장은 이 글을 접한 뒤 임직원 복지 담당 임원과 함께 김포공항 직원 식당을 직접 찾았다. 직원들과 같은 식사를 마친 그는 담당 임원에게 식사 단가를 높이고, 새로운 급식업체와 계약을 맺어 경쟁을 유도하도록 지시했다.

조 회장의 격 없는 소통에는 오랜 직장생활에서 쌓인 경험도 녹아 있다. 그는 2020년 한 인터뷰에서 "회사생활 17년째인데 그동안 나도 불만이 많았다"고 털털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자신이 불편하게 느꼈던 부분부터 개선하면 직원들의 불만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위기 앞에 단단히 맞서되, 직원들에겐 기꺼이 몸을 숙이는 것. '거인 회장'의 진정한 존재감은 거대한 키가 아닌 리더십의 크기에서 드러나고 있다.

◇ '플랜B는 없다'…아시아나 인수에 건 승부수

위기 앞에서 더욱 빛나는 승부사 기질과 결단력, 도전정신은 항공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빠졌을 때 가장 크게 빛을 발했다. "산업은행에서 먼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향을 물어봤을 때 바로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2020년 11월 조원태 회장이 기자들과 만나 밝힌 말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존폐 위기에 내몰린 당시, 조 회장은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랜 경영난 끝에 이미 타 회사와의 매각 협상마저 무산된 상태였다. 대한항공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여객 수요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경영권 분쟁까지 이어지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인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 경쟁당국이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면서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화했다. 조 회장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인수 과정에 난항을 겪던 2023년 당시 그는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경영철학은 말뿐인 구호에 머물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조 회장은 때로 뼈아픈 양보와 과감한 결단을 감수했다.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도 마다하지 않았다. 통합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당장의 이해관계와 부담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제 조 회장의 시선은 인수를 넘어 통합 이후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메가캐리어'의 탄생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두 회사의 노선과 인력, 조직문화를 하나로 결집하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인수라는 긴 여정의 종착점이자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새로운 승부를 펼칠 출발선이다. 두 항공사의 통합을 진두지휘해 온 조 회장이 이제 세계 항공업계의 판도를 바꿀 또 한 번의 도약에 나선다.
김유라 기자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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