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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기록 남기지 말라” 쿠팡 산재은폐 의혹 지시 확인…공소시효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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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10. 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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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준씨 산재은폐 의혹 수사…불기소 의견 송치 예정
고인 CCTV 분석해 행동별 시간 분류…산재은폐 의심 2건 별도 수사
노동부, 쿠팡 산업안전보건법 등 법 위반 206건 적발
22일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 모습. /연합뉴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고 장덕준씨와 관련해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고용노동부 수사로 확인됐다. 다만 노동부는 이 같은 부적절한 지시 등을 확인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관련 고발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공소청에 송치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22일 쿠팡 계열사 산업안전·근로기준 기획감독 결과와 장씨 사망 관련 산재 은폐 의혹 고발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인 없는 CCTV 제출…근무환경 진술도 영상과 달라

장씨는 2020년 10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숨졌다. 이후 쿠팡이 고인의 업무강도를 축소하고 산재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사 결과 당시 쿠팡 대표이사였던 김 의장은 메신저로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그들은 시간제 근로자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제 노동자는 성과가 아니라 일한 시간에 따라 돈을 받는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쿠팡 관계자들은 CCTV를 분석해 고인의 행동을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 기다리기, 대화하기 등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시간을 정리했다. 당시 쿠팡은 과로사 의혹을 제기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공식 홈페이지에 사실을 왜곡한 보도라며 장씨의 업무강도가 높지 않았다는 취지의 반박 글을 올렸다.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조사 과정에서는 처음에 장씨 모습이 없는 CCTV 영상을 제출했다. 고인은 두 번째 제출한 영상에서 확인됐다. 쿠팡 관계자가 설명한 장씨의 근무환경도 CCTV 영상 내용과 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2021년 2월 장씨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야간근무와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 부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산재 은폐죄의 공소시효는 5년으로, 장씨 사건은 지난해 10월 시효가 끝났다. 고발장은 이후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접수됐다. 공소시효와 별개로 법상 산재 은폐죄 적용도 쉽지 않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재 은폐죄로 인정되려면 산재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장씨 사건은 중대재해 발생보고가 이뤄졌고, 산재 승인 과정에서 방해행위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 위반 205건…산재 은폐 의심 사건 2건 수사

산업안전 감독은 지난 3월 16일부터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의 물류센터·배송캠프 105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을 적발해 61건은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하고, 144건에는 과태료 총 19억6000여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감독 과정에서 확인한 산재 은폐 의심 사건 2건을 수사하고 있다. 합의금 지급이나 관리자 면담을 통해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게 한 것으로, 관리자 면담 건은 산업재해조사표도 제출하지 않았다. 두 사건 모두 부상 재해다. 장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된 다른 산재 은폐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다.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늦게 제출한 위반은 25건으로, 과태료 약 1억7000만원을 부과한다. 컨베이어 방호조치와 지게차 접촉방지 조치 미실시 등 59건은 수사할 계획이다. 야간노동 등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미실시와 휴게시설 설치·관리 부적정 등 119건에는 과태료 약 17억8000만원을 부과한다.

2024년 감독 당시 권고한 노동강도와 작업시간 경감 조치 중 이행하지 않은 사항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소분류·상차 작업환경 개선과 프레시백 교체, 현행 3회전 배송 방식 개선 등을 조속히 완료하도록 재차 지도할 방침이다.

◇근로기준 위반은 과태료 70만원…블랙리스트·불법파견 불인정

근로기준 감독은 지난 1월 16일부터 쿠팡 계열사 본사와 쿠팡로지스틱스 배송캠프 7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불법파견과 성과향상프로그램(PIP) 운영, 취업방해 의혹 등을 점검했다.

노동부는 PIP의 주요 내용을 취업규칙에 반영하지 않은 위반 사항 1건을 적발해 시정지시와 과태료 70만원 부과 조치를 하기로 했다. 이를 합치면 이번 감독의 전체 법 위반은 206건이다. 다만 PIP를 통해 해고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는 일부 퇴사자 명단을 작성해 채용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다른 회사 취업을 방해하기 위해 명단을 외부에 공유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아 취업방해금지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쿠팡과 쿠팡로지스틱스 간 불법파견 의혹도 인정하지 않았다. 각사가 소속 노동자에게 노선 배정과 업무 배치 등을 지시하고, 배송 상품도 구분돼 있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노동부는 PIP 대상자 선정과 목표·기간, 단계별 이의제기 절차 등을 마련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퇴사자 명단 관리에 대해서도 채용 공정성과 지원자 권익을 보호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산재 은폐와 미보고는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막을 뿐만 아니라, 재해 원인분석과 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를 차단해 유사 재해의 재발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에 과로와 야간노동, 과중한 업무강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존중하는 경영방침을 확립하라고 촉구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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