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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칼럼] 청년이 분노하는 세상, 희망 품게 바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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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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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석좌교수
10월 초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방문한 인도 뉴델리에서는 시위로 곳곳의 교통이 통제되고 있었다. 인도에서는 올해 의대 입학시험의 부정행위와 취업난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가 이어졌다. 프랑스에서도 교육환경 악화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고물가와 재정 긴축에 반대하는 사회 전반의 시위와 맞물려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다. 지난해 네팔에서는 부패와 실업에 분노한 젊은이들의 시위가 정권 퇴진으로 이어졌다.

청년들은 왜 분노하고 거리로 나오는가. 현재의 삶이 힘들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교육과 취업을 통해 원하는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주거비는 높아 경제적 독립과 자산 형성이 늦어진다. 늘어나는 국가채무와 미래의 연금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도 걱정이다. 특히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은 취업난에 더해 인공지능(AI)에 따른 일자리 변화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청년실업률은 12.4%로 약 6700만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일부 국가에서는 청년실업률이 30%가 넘는다. 중국에서는 올해 대학 졸업자가 1270만명에 달하지만 도시 청년실업률은 19% 안팎이다. 취업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구직을 포기하고 '탕핑(드러눕기)'을 선택하거나 부모에게 의존하는 '전업 자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공식 실업률만으로 청년 고용 사정을 판단하기 어렵다. 올해 9월 15~29세 실업률은 5.4%로 전년 동월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구직을 포기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원하는 만큼 일하지 못하는 단시간 취업자까지 고려하면 고용 사정은 더욱 어렵다.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안정적인 소득과 경력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청년 취업난에는 저성장과 신규 채용 위축, 대졸 인력의 증가와 직무능력 불일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학 졸업자는 많지만,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경험을 갖춘 인력은 부족하다. 정규직 고용의 경직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신규 채용을 위축시키고 청년의 좋은 일자리 진입을 어렵게 한다. 여기에 AI의 발전이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AI는 자료 분석, 문서 작성, 코딩 등 신입사원이 맡아온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 청년 고용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그러나 이를 모두 AI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AI가 경제 전체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없애고 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 기술은 일부 업무를 대체하지만,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든다. 기업은 청년들이 AI 활용 능력과 실무 경험을 쌓도록 신입 채용과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 초급 업무가 자동화되더라도 경력 사다리에 첫발을 내디딜 기회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청년의 불안은 일자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령화로 연금과 의료·돌봄 지출은 늘어나지만, 이를 부담할 젊은 인구는 줄어든다. 프랑스에서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4세로 높이는 개혁이 반발에 부딪혀 시행이 유예됐다. 개혁을 미룰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은퇴를 앞둔 세대의 생활 안정도 외면할 수 없다. 저출생·고령화가 심각한 한국도 다르지 않다. 세대 간 부담과 혜택을 공정하게 나누는 사회적 합의 없이는 재정과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청년에게 기회를 돌려줘야 한다. 기업의 투자와 창업을 활성화하고, 고용 창출력이 높은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개혁해 좋은 민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청년 창업기업이 크게 성장하기 어렵고 실패하면 재기하기도 쉽지 않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직장만이 아니다. 새로운 기업을 만들고 도전하며 실패해도 재기할 기회가 필요하다. 대학도 양적 확대보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AI 활용 능력과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고 현장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세대 간 기회와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어야 한다. 재정지출 구조를 개혁해 청년의 교육·취업·주거·창업과 미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더 많은 재원을 배분해야 한다. 연금과 사회보험 개혁을 미루어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겨서도 안 된다. 개혁의 목표는 모든 세대가 생애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소득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청년의 불만이 정책에 반영되려면 정치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 국회는 50~60대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문제는 청년 정치인의 숫자만이 아니다.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 미래의 재정 부담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정치인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청년과 미래 세대의 이해가 정책 결정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청년의 분노가 무능하고 불공정한 제도를 향한다면 정부부터 유능하고 공정해져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일회성 지원금이나 듣기 좋은 구호가 아니다.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이 새로운 기회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교육·노동시장과 경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연금과 재정 개혁을 통해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지 않아야 한다. 청년의 분노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려면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기회의 사다리를 복원해 미래에 대한 믿음을 되살려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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