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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물적분할 주식매수청구권, 이제는 폐지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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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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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2년 12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상장회사 이사회가 물적분할을 결의하면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되었다. 배경은 잘 알려져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사례에서 보듯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로 떼어내 자회사로 따로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모회사 일반주주의 몫을 깎는다는 비판이 컸다. 정부는 구조개편 공시 강화, 분할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보호방안이 미흡할 경우의 상장 제한을 묶어 3중 보호장치로 내놓았다. 결국 주식매수청구권은 물적분할 자체를 막으려는 장치가 아니라, 분할 뒤에 이어지는 중복상장의 폐해를 억제하려는 수단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제가 바뀌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026년 7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승인을 거쳐 8월 3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규율 대상을 중복상장 전반으로 확대하고 모회사 이사회에 상법상 주주충실의무를 구체화한 5대 의무를 중첩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 반발이 컸던 물적분할 자회사의 상장에는 모회사 주주 동의가 필수 요건이다. 일반주주가 반대하면 자회사 상장이 막히니 쪼개기 상장으로 얻을 이익이 사라진 셈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이 달성하려던 목적을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장치가 맡게 된 것이다.

사실 주식매수청구권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물적분할에 이를 인정할 근거는 약하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영업양도처럼 회사의 근본적 변경으로 주주의 지위가 달라지는 경우에, 다수결로 사실상의 거부권을 빼앗긴 반대주주에게 변경 전 가치를 보상하고 퇴출 통로를 열어 주는 장치다. 이처럼 반대주주에게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다수결의 결정이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 되는 '칼도-힉스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전통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물적분할에서는 분할회사가 신설회사 주식을 전부 취득하므로 모회사의 연결 재무제표나 실질적인 자산가치에는 단 1원의 변동도 발생하지 않는다. 주주는 여전히 같은 회사의 주주이고 지분율도 그대로다. 보상해 줄 '박탈된 지위'가 없다. 상법이 물적분할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두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용은 분명하다. 상장회사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사실상 풋옵션으로 기능한다. 대법원 판결도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주가 투하한 자본을 회수하는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대 의사 통지에는 서면 비용 정도만 들고, 매수가격은 이사회 결의 전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결의 뒤 주가가 내려가면 주주는 유리한 가격에 빠져나갈 수 있다. 매수가액이 협의되지 않으면 연 6%의 지연이자까지 붙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분할의 효율성과 무관하게 반대가 쏟아질 수 있다. 회사재산은 사외로 유출되고, 매수 부담이 커지면 효율적인 사업재편마저 좌초한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미국 델라웨어주에서는 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상장회사 주주에게는 이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퇴출은 시장이 보장하므로 법이 따로 풋옵션을 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적분할은 쪼개기 상장 외에도 전문 사업 육성, 전략적 투자자 유치, 사업부 매각, 지주회사 체제 전환처럼 쓰임이 넓다. 중복상장을 하지 않는 분할에까지 이 부담을 지우는 것은 과잉이다. 모회사 주주의 가치 희석이 문제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희석은 분할 그 자체가 아니라, 자회사가 따로 상장되어 가치가 분리 평가될 때 발생한다. 가이드라인에 들어 있는 규율은 자회사 상장에 따른 위험을 넘칠 만큼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어 문제의 근본을 건드리고 있다. 그러므로 분할 단계의 주식매수청구권이 가이드라인의 보완재로 남아 있을 필요는 없다. 두 제도가 겹치면 주주는 같은 사안에서 동의권과 퇴출권을 이중으로 갖게 되어 지나친 반대 유인과 협상력만 키운다.

입법정책은 목적과 수단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쪼개기 상장을 막겠다는 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 목적이 가이드라인으로 달성되는 이상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물적분할 주식매수청구권은 존재 이유를 잃었다. 지체없이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해당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 순리다. 폐지가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분할 시점에 중복상장 계획이 구체적으로 공시된 경우로 적용 범위를 좁혀야 한다. 규제는 만들 때만큼 고칠 때도 엄밀해야 한다. 목적이 소멸한 규제를 방치하면 기업의 조직재편 비용이 높아지고 자본시장의 활력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입법자의 현명한 결단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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