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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집값은 말로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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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6. 10.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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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건설부동산부 전원준 기자
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역대 최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고위 인사들마저 잇따라 부동산 관련 실언을 내놓으며 정책 신뢰를 스스로 흔들고 있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값 전망을 묻는 질의에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경쟁적으로 집을 사야겠지만 안정이 되면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핵심 공기업 수장으로서 시장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무주택자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시장을 안정시킬 대책이다.

이 사장 발언에서는 기시감마저 느껴진다. 10·15 대책을 총괄했던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차관도 지난해 10월 말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주택구입 시점을 개인이 판단할 문제로 돌렸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이 전 차관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논란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비슷한 발언이 되풀이돼서는 안 됐다.

임기근 국무조정실장도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적하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면 압박을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기보다 국민 개개인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집값 안정은 정부가 정책 수단을 동원해 풀어야 할 과제다. 국민에게 부담을 돌리는 듯한 언급은 정책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만 키울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초 "부동산 정상화는 어렵지만 계곡 불법 시설 정비나 주식시장 정상화보다는 쉬운 일"이라고 말한 점을 떠올리면 고위 공직자들의 낙관적인 인식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짐작할 만하다.

물론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감이 시장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대신할 수는 없다. 특히 주거 문제는 국민의 자산 형성과 생계에 직결되는 만큼 정부 말 한마디에도 신중해야 한다.

실제 시장 상황은 정부 인사들 낙관과 거리가 멀다. 10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89주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이어갔다.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 상승세가 둔화한 점을 정책 효과로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이를 서울 전반의 주거 불안이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강남권 상승세가 주춤하는 사이 외곽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키맞추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지면서 서민과 무주택자 내 집 마련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정부가 최대 성과로 내세워 온 주식시장 상황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코스피가 5000선을 넘어 한때 9000선까지 거론될 정도로 상승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성과다. 하지만 섣부른 단일 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논란과 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 결정 등은 시장에 혼선을 주고 정책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사안이다.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겠다며 부동산 대신 주식 투자를 독려해 온 정부로서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더욱 일관되고 신중한 대응을 보여야 한다. 급락장을 겪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돌고 돌아 결국 부동산이 정답"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는 것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자산시장 간 자금 이동을 유도하려면 어느 한쪽을 권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시장은 정부 인사들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 아니라 정책 방향성과 실질적인 성과에 반응한다. 집값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낙관론을 앞세우거나 국민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고 시장 불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10·15 대책 발표 1년을 맞은 지금 정부는 시장 현실을 제대로 진단했는지 정책 수단은 적절했는지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필요한 것은 자신감에 찬 말이 아니라 공급과 수요, 금융과 세제를 아우르는 일관된 정책 그리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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