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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아니고, 대표입니다” 현장 누비는 40대 ‘광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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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6. 10. 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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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젊은 리더' 구광모, 4대 그룹 중 가장 젊은 총수
26년만 휴대전화사업 철수 등미래위한 '선택과 집중' 적중
"AI 성장 축" "고객가치 최우선"…인수합병·인재수혈 조직 혁신
HVAC·휴머노이드 미래 그려…지배구조 불확실성 해소 숙제
조용하지만 단호하다. 관행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리를 좇았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그사이 LG그룹의 자산총액은 취임 당시 123조원에서 186조원으로 불어났다. 약 63조원, 50%가 넘는 증가다. 젊은 총수의 등장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한 체제가 이제 인공지능(AI)라는 거대한 변곡점 앞에서 도약을 향한 시험대에 올랐다.

2018년, 만 40세에 LG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회장의 지난 8년이다. 입사 12년 만에 사장과 부회장을 건너뛰고 회장에 올랐다. 취임식은 생략했고,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고 했다. 취임 3년 차에는 23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휴대전화 사업을 과감히 접었다. 그리고 지금, AI가 산업의 판을 바꾸는 거대한 전환기 앞에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성장 전략을 재설계하고 있다.

그가 취임 8년 차인 올해, 양어머니를 상대로 한 두 건의 소송으로 법정 다툼 중이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젊은 구 회장은 공개 발언이 드물고 외부 노출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만큼 '인간 구광모'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그가 내린 결정과 직접 찾아간 현장, 그리고 그가 물려받은 승계 질서를 차례로 짚어 어떤 경영자이자 어떤 인물인지 들여다봤다.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달라… 확 젊어진 LG

13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로 구 회장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꼭 20년이다. 구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했다. 재무·가전·해외 사업을 거쳐 ㈜LG 상무에 오른 뒤, 입사 12년 만에 사장·부회장 단계 없이 회장으로 직행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다.

그렇게 당시 계열사 72개, 매출 160조 원, 임직원 21만명 규모 재계 4위 대기업의 총수가 됐다. 선임 당일 그는 취임식 없이 정상 출근해 현안 보고를 받았다. 이후 '회장' 대신 '대표'라는 호칭을 고집해 그룹 안팎의 호칭이 바뀌었다. 심지어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정상에 오른 2023년부터 팬들은 구단주인 구 회장을 '광모형'이라고 부른다. 조직 운영에서도 형식을 줄였다. 직급 체계를 단순화했고 자율복장을 도입했으며,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재를 들였다. 2022년 신년사부터는 연초 행사를 없애고 연말에 이메일로 영상을 보내고 있다. 2023년 12월 메일 제목은 '안녕하세요, 구광모입니다'였다.

신년사의 주제는 2019년부터 8년째 같다. 바로 '고객'이다. 2026년 신년사에서는 기존의 성공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으로 다른 기업이 불가능하다고 여길 수준까지 고객가치를 밀어붙이자고 주문했다.

취임 직후부터 사업 재편은 칼같이 진행했다. 취임 한 달 만인 2018년 7월 로봇 업체 로보스타 지분을 인수했고, 8월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업체 ZKW 인수를 마무리했다. 당시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연료전지, 수처리, 조명용 OLED, 전자결제, 소모성 자재 구매(MRO) 사업을 차례로 정리했다.

가장 큰 결단은 2021년 4월의 휴대폰 사업 철수다.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출발한 지 26년 만이다. 이 사업은 2015년 2분기부터 23분기 연속 적자를 냈고, 누적 적자는 약 5조원에 달했다. 영업은 그해 7월 31일 종료됐다. 태양광 사업도 뒤이어 정리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사는 더 날카롭게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2026년 정기 인사에서 장기 CEO를 맡았던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함께 물러났다. 후임에는 류재철 사장과 김동춘 사장이 올랐다. 임원 승진자는 98명으로, 2023년 139명과 2024년 121명에서 계속 줄었다.

반면 승진자의 21%를 ABC 등 연구개발(R&D) 인재로 채웠고, 최연소 승진자 3명은 모두 AI 전문가였다. 이 가운데 1986년생 상무도 있었다.

지배구조도 손봤다. 2020년 12월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세웠고, 2022년 1월 상장시켰다. 2021년 5월에는 숙부 구본준 회장이 LX홀딩스로 계열분리하며 독립했다. 장자가 그룹을 잇고 형제가 분가하는 LG식 승계 질서가 구 회장 체제에서 다시 한번 적용된 셈이다.

경영 성적표는 합격점이다. 지난해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10개 상장 계열사의 매출 합계가 243조1040억원, 영업이익 합계가 8조7326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7조8304억원)보다 약 11.5% 늘었다. 지난해 10월에는 LG전자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 시키기도 했다.

◇현장을 걷는 리더… 전 세계 돌며 AI·휴머노이드 미래 그렸다

4대 그룹 중 가장 조용하지만 실용적 행보를 하는 총수도 바로 구광모 회장이다. 구광모 회장의 2018년 취임 후 첫 현장경영은 그룹의 R&D 역량이 집중된 LG 사이언스파크였다. 현장에서 AI에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2020년 12월 LG AI연구원을 세웠고, 이듬해 초거대 AI '엑사원'을 내놨다. 엑사원은 정부 국가대표 AI 1차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고 스탠퍼드 AI 인덱스 2026에 오른 한국모델 8개 중 4개가 엑사원으로 기록됐다.

잘하던 냉난방공조(HVAC) 기술은 에어컨 사업을 넘어 AI 데이터센터(AI DC)의 키 플레이어가 됐다. AI 칩을 식히는 냉각 기술이 AI DC 운용의 핵심이라서다. 배터리는 전기차 대신 ESS 비즈니스로 연결해 AI DC의 필수인 전력망 인프라 사업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를 만났고, 로봇 AI 스타트업 스킬드AI의 휴머노이드 관련 논의도 했다.

지난 8월 미국을 찾아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와 만나 피지컬 AI와 AI DC 등에 대한 업무 협약을 맺고 9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CEO와 만나 소위 'AI 동맹'을 맺기도 했다. 이달 초 북미 대표적인 인프라 플랫폼 기업인 '에어 컨트롤 콘셉트'와 5GW급 AI DC 열을 식히는 고효율 '칠러' 장기 공급 본계약 체결을 맺기까지의 배경이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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