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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성난 농심, 부족한 준비와 소통의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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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정영록 기자

승인 : 2026. 10. 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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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후속조치 및 특별조치법 제정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정영록 증명사진
정영록 경제부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성난 농심(農心) 달래기에 나섰다. 농지 전수조사를 두고 불거진 농촌 현장의 반발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간 투기적 소유 외에 관행적 위반행위는 처분을 유예하겠다고 밝힌 방침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재차 전달했다.

농업인들의 우려는 정부의 미흡한 사전 준비에서 비롯됐다. 농식품부 전수조사 후속조치 방향은 최초 발표 이후 사후적으로 구체화됐다. 지난 4월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된 전수조사 추진방안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무단휴경 및 불법 임대차 등의 경우 즉각적인 처분명령을 실시하고, 유형을 구분해 행정처분을 부과하거나 계도하겠다고 명시했다.

이후 7월말 계도 대상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나왔다. 농식품부가 5월부터 행정정보를 바탕으로 실시한 기본조사가 종료되는 시점이었다. 당시 언론 브리핑에서 농식품부는 고령농의 불가피한 휴경, 농업인 간 필요에 의해 농지를 바꿔 경작하는 경우, 농업용 간이 창고를 허가 없이 설치한 사례 등은 계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처분 유예' 표현은 지난달 당정이 발표한 '농지 전수조사 추진상황 및 향후 조치계획'에 등장한다. 농촌에서 이뤄져 온 관행에 따른 농지법 위반사항은 처분을 유예하고, 관련 근거 마련을 위한 특별조치법도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농지가격 하락, 거래절벽, 강제처분 우려 등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고 농촌에 퍼진 '괴담성 정보'에 대한 해명과 대처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감 다음날 송미령 장관은 처분 유예라는 표현을 처분하지 않는다로 바꿔 언론 브리핑을 진행했다. 물론 처분하지 않는다가 현상 유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조치법상 특례기간을 설정해 양성화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이 기간은 2~3년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수조사는 정교한 설계없이 착공에 들어간 부실공사와 닮았다. 농식품부는 투기와 경미한 위반을 구분한다는 원칙을 줄곧 밝혔다고 하지만 세부방안이 단계적으로 공개된 점은 이와 배치된다.

농업계에서는 조사 전 사전대책을 강구하고, 영향평가 등을 통해 부작용 등을 최소화했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특별법을 통해 보완을 시사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떨어진 농지가격, 농지 담보대출 연체, 거래절벽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난 농심은 부족한 준비와 소통의 청구서다. 정부가 가입을 공식화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원점 재검토로 선회한 배경도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조치로 읽힌다. 남은 기간 농정 신뢰 회복은 농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느냐에 달렸다. 일회성 수습이 아니라 충분한 소통으로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농민을 정책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대하는 자세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농정 불신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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