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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해커의 무기 됐다…가상자산도 ‘AI 해킹’ 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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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기자

승인 : 2026. 10. 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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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금융권을 겨냥한 인공지능(AI) 기반 사이버 공격이 확산하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도 AI 해킹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AI를 활용해 취약점을 찾아내거나 피싱·사회공학 공격을 정교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에이전트에 악성 명령을 주입해 실제 가상자산을 탈취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가상자산 해킹 역시 AI로 공격 속도와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거래소의 보안 대응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6일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에 따르면 2026년 가상자산 범죄에서 AI 활용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는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집계됐다. 2024년 28점에서 약 두 배 높아졌으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AI 활용 수준도 약 40% 증가했다. 가상자산 해킹 자체도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 해킹은 20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건보다 두 배 이상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해킹 분야의 AI 활용은 '초기 단계'를 넘어 '확대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TRM랩스는 "AI가 새로운 해킹 기법을 독자적으로 만들어냈다기보다 기존의 사회공학, 인증정보 탈취, 취약점 분석 등의 공격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증폭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AI 시스템 자체를 공격해 가상자산을 탈취한 사례도 나왔다. 지난 5월 AI 기반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 '뱅크르봇(Bankrbot)'에서는 공격자가 AI에 악성 명령을 주입해 약 20만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 외신에 따르면 공격자는 엑스(X)에 모스부호로 인코딩한 거래 명령을 게시하고 AI 챗봇 그록(Grok)에 이를 해석하도록 유도했다. 그록이 해독한 내용을 뱅크르봇에 전달하자 뱅크르봇은 이를 정상적인 금융 명령으로 인식해 공격자 지갑으로 약 3억개의 토큰을 전송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인간 식별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AI 활용 해킹 사례가 늘자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AI를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는 올해 상반기 AI를 활용해 10만건 이상의 보안 경보를 분석했으며, AI 기반 보안 감사에서 수동 검토보다 고위험 취약점을 3~5배 높은 비율로 찾아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3만건 이상의 의심 출금 요청을 차단해 약 7억달러 이상의 잠재적 이용자 손실을 막았다고도 설명했다. 또 공격자가 AI를 이용해 취약점을 찾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거래소 역시 AI를 활용해 코드 감사와 침투 테스트, 온체인 이상거래 탐지 등을 자동화하고 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해킹의 비용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AI를 방어에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이언 커클리 글로벌 세틀먼트 네트워크 최고경영자(CEO) 블록체인 심포지엄에서 "예전에는 2만달러를 가진 사람을 해킹하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을 공격하는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며 소수의 고가치 계정을 노리던 공격이 AI를 통해 대규모 자동화 공격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가상자산 업계의 AI 보안 경쟁은 'AI로 AI를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AI 기반 탐지 시스템과 함께 자산 이동 단계의 다중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AI 에이전트가 금융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AI가 잘못된 판단을 하더라도 실제 자산 탈취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람과 시스템이 동시에 통제하는 보안 구조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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