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데스크 칼럼] ‘영업익 N%’가 던진 질문…기업의 생존은 누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0501000098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10. 05. 09:29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KakaoTalk_20260204_112040613
윤경현 산업부장.
산업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의 화두는 '영업이익 N% 요구'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어느 순간부터 기업 이익에 대한 '정률 배분권'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과제로 꼽힌다. 기업이 많이 벌었다면 그 성과를 직원들과 나누는 것 자체가 잘못일 리 없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생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얼마를 더 가져갈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의가 삼성전자를 거쳐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 등으로 확산하면서 임단협의 문법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임금을 몇 퍼센트 올릴 것인가를 넘어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얼마를 구성원 몫으로 돌릴 것인가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임금협상이 이익배분 협상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기업 이익의 일정 몫을 노동의 당연한 권리처럼 요구하기 시작하면 성과공유와 이익배분의 경계는 무너진다. SK하이닉스의 성과보상 방식은 실적과 보상을 연동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업종과 기업의 특성을 넘어 일종의 '표준'처럼 받아들여지는 데 있다. 'SK하이닉스는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는 논리가 임단협을 지배하는 순간 기업마다 다른 사업구조와 수익성, 투자환경은 사라지고 숫자만 남는다.

삼성전자에서 벌어진 성과급 논쟁은 그 부작용을 보여준다. 성과급 기준과 규모를 둘러싼 갈등이 노사 간 쟁점을 넘어 사업부문 간 이해충돌로 번졌다. 성과급이 '회사가 얼마나 줄 것인가'의 문제가 되는 순간 성과보상은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라는 배분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의 임단협에서는 여기에 쟁의행위까지 결합되고 있다. 노조의 교섭권과 파업권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임단협이 매년 투쟁의 강도를 높여 더 많은 몫을 확보하는 게임으로 굳어진다면 노사협상은 생산성과 보상을 조정하는 제도가 아니라 힘으로 몫을 나누는 절차가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받을 몫'과 '부담할 몫' 사이의 불균형이다. 영업이익은 노동자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요와 가격, 환율, 원자재 비용은 물론 기술력과 연구개발, 설비투자, 경영진의 투자 판단 등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기업은 이익을 임금과 성과급으로 나누는 동시에 미래의 생산시설과 기술에도 다시 투자해야 한다.

호황기에는 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업황이 꺾이거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순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이 벌 때는 '우리의 성과'라고 하고, 기업이 어려울 때는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한다면 성과공유가 아니라 위험의 일방적 전가다.

노조의 역할과 책임도 짚어야 한다. 노조는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업의 성과를 합리적으로 공유하도록 요구하는 것 역시 그 역할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실상 임금의 일부로 고정하고 투자·배당·이익 유보의 규모까지 임단협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경계가 필요하다. 노동자가 기업의 성과에 참여하는 것과 노조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에서 나타나는 강경한 임단협 방식도 이 지점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조가 강한 것과 기업의 미래에 책임지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더 많은 몫을 요구한다면 그에 상응해 무엇을 함께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속가능한 노사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물론 기업의 책임도 분명하다. 성과급 기준이 불투명하거나 실적이 좋아졌는데도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보상을 임의로 줄인다면 노조의 반발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성과를 냈다면 그에 맞는 보상을 하고, 그 기준은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성과급이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영업익 N%'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성과를 나누는 권리만 커지고 성과를 만들어내고 지켜내야 할 책임이 빠진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호황기에 만들어진 배분 공식이 불황기에도 유지된다면 기업은 투자와 고용보다 임금과 성과급을 먼저 계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성과를 함께 나누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성과공유를 위해서는 잘될 때 더 가져가는 것뿐 아니라 어려울 때 함께 부담하는 원칙도 필요하다. 지금 산업계 임단협에 필요한 것은 '얼마를 받을 것인가'에 대한 경쟁이 아니다. 그 이익을 계속 만들어내기 위해 무엇을 함께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