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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조작 증거 법정서 못 걸러낸다…법원 ‘증거배제 기준’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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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9. 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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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상 AI 조작 증거 거를 절차·기준 없어
진위 판단 개별 재판부 몫…재심 요건도 까다로워
대법원 전경. 박성일 기자
대법원./박성일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자료가 법정에 증거로 제출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정작 이를 걸러낼 사법 절차와 판단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작된 증거가 재판의 핵심 판단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을 막기 위한 사법적 대응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재판에 제출된 AI 생성·조작된 디지털 증거를 형사소송법상 걸러낼 구체적인 절차나 기준이 있냐'는 본지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AI 조작 증거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별도의 증거배제 절차나 판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문제는 법원 차원에서도 이를 걸러내기 위한 절차나 기준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AI 활용 허위 법령·판례 인용 사례가 다수 보고됨에 따라 'AI 활용 허위 주장·증거 제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TF에서 AI를 활용한 증거 조작을 판별하는 탐지기술이나 탐지 결과에 따른 절차나 기준 등은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은 AI 탐지 결과는 증거의 진위 확인을 위한 참고 자료로만 사용해야 할 뿐이며 이를 토대로 곧바로 증거 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AI 조작 증거에 대한 최종 판단은 현행 소송 법령에 따라 증거 생성, 제출 경위, 감정 결과 등 다방면의 사정을 고려해 담당 재판부가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AI 조작 증거에 대한 별도 기준이 공백 상태인 만큼 이로 인해 재판부별 증거의 진정성과 신빙성을 둘러싼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해당 증거가 핵심 증거로 사용돼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이를 바로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임의로 확정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를 재판단할 수 없는 데다 판결이 확정된 뒤 AI 조작 증거가 핵심 증거로 사용된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확정판결이 취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나 증거물 등이 위조·변조됐음이 단순히 밝혀진 경우가 아니라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될 때'를 재심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즉 조작 가능성이 확인되더라도 이를 확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절차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으므로 구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향후 관련 사례 축적과 AI 기술, 재판 실무 환경 변화, 입법 논의 등을 살피며 재판 실무에 필요한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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