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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전문성 무기로…은행 문 두드리는 회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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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승인 : 2026. 09. 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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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_이보라) 증명사진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면 대체로 회계법인으로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회계법인에 들어가 실무수습을 받고 감사나 세무, 인수합병(M&A) 같은 업무를 익히는 것이 회계사의 경로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회계사의 진로가 회계법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회계사들은 그동안 기업의 재무·회계 부서나 금융회사, 공공기관 등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해왔습니다. 최근에는 금융회사들이 회계사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범위를 넓히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입니다. 신한은행은 올해 회계사 2차 시험 합격자를 별도로 채용했습니다. 우리은행도 회계사 2차 합격자를 전문직군으로 뽑아 입문연수 이후 실무수습 등록이 가능한 직무에 배치합니다. 그동안 회계사 자격을 우대요건으로 채용해왔지만, 2차 시험 합격자까지 별도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넓힌 적은 드뭅니다.

처음에는 '은행에서도 회계사가 많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회계법인에 들어가지 못해 실무수습 기관을 찾는 '미지정 회계사' 문제가 부각되면서 회계법인 외 진로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은행 역시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찾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회계·재무 지식을 갖춘 인력을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은행이 원하는 것이 꼭 '회계사'라는 직함 자체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쌓은 재무·회계 지식을 은행 업무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일반 기업과 달리 금융상품과 거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만큼 회계·재무에 대한 전문성이 회계부서뿐 아니라 신용심사나 기업금융에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은행권의 기업금융은 M&A, 인수금융, 기업승계 지원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거래 구조가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업의 재무상태와 거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도 기업금융 업무 확대에 따라 회계·세무·재무 분석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은행이 회계사의 새로운 대세 진로가 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은행권의 회계사 수요 자체가 크지 않고, 2차 합격자를 채용하는 사례도 아직 일부입니다. 은행이 회계법인을 대신하는 새로운 수습처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회계사에게 회계법인은 여전히 대표적인 진로지만 길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회계·재무 전문성을 갖고도 기업이나 금융회사, 공공기관 등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KB금융그룹을 리딩금융그룹 반열에 올려놓은 윤종규 전 회장 역시 회계사 출신이라는 점이 새삼 떠오릅니다. 결국 회계법인이 아닌 은행이나 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회계사들은 본인의 전문성을 어떤 방향으로 키워갈지가 중요하다는 얘기죠. 앞으로 회계사들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해 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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