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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도체에 ‘올인’한 한국경제, 과연 지속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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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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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올해 한국의 수출과 경상수지, 성장률 전망치 등 모든 경제지표를 이끌고 있는 것은 반도체 산업이다. 인공지능(AI)산업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이 훈풍이 전체 수출 통계와 성장률 지표를 밀어 올리면서, 일견 한국경제는 다시 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지면서, 최근의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또 반도체에만 국한된 호황이 초래하는 경제구조의 양극화 현상과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즉 반도체 관련 수출이 전체 수출 증가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자동차·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등 전통 주력 산업은 고금리의 후유증과 중국의 저가 공세, 통상 불확실성 속에서 정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산업 간, 기업 간, 또 지역 간에도 뚜렷한 'K자형'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반도체가 만들어내는 한국경제 평균값의 개선이, 다수 산업의 어려움을 가리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구조를 보이는 한국경제의 첫 번째 위험요인은 미국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 및 또 그에 따른 미국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위험이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급기야 미국 내에서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모든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하여 무역법 232조에 기반한 추가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측 압박에 대하여, 한국 통상당국은 '한국이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도록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불리하지 않은 대우'라는 약속은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공동 팩트시트에 담긴 정치적 수사일 뿐, 아무런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양측이 모두 알고 있다. 결국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시점과 세율, 그리고 대만 등 경쟁국과의 상대적 유불리 여부는 미국의 일방적 결정에 달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미국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한국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

두 번째 위험은 한국반도체산업의 기술 우위구조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이다. 최근 중국은 범용 메모리 반도체에서 빠르게 자급률을 높이고 있고,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첨단공정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 한국이 누리는 HBM과 메모리 부문에서의 기술격차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세 번째 위험은 이란 전쟁 등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충격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은 국제유가와 환율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고, 이는 반도체 훈풍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내수 부문인 자영업, 서민 물가, 에너지 다소비 업종 등에 고스란히 비용으로 전가되고 있다. 수출 통계는 개선되는데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외 충격이 소비와 투자축소로 이어지는 경로를 차단하지 못하면, 반도체 호황은 통계상의 성장일 뿐 국민이 체감하는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된다.

네 번째 위험은 반도체사업 호황 그 자체의 불확실성이다. 지금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떠받치는 것은 빅테크 기업들의 초대형 AI 인프라 투자다.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오라클 5개 기업의 올해 투자액은 약 7000억 달러로 미국 국방예산의 4분의 3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초대형 투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과거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투자자 마이클 베리 등은 차입 의존도가 지나치다고 경고하고 있고, JP모건은 최근의 AI업계의 초대형 투자가 지속되려면 엔비디아 연매출의 세 배에 달하는 매년 6500억 달러의 추가 매출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또한 오픈AI·오라클·엔비디아 간 순환출자성 거래 역시 실수요와 회계상 매출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의 이런 투자 열기가 꺾인다면, 매출이 소수 고객사에 집중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완만한 조정이 아닌 발주 절벽에 가까운 충격을 마주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위험요인들이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리 산업의 구조적 위험을 돌파하는 최선의 전략은 정공법이다. 즉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AI산업과 반도체산업이 향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할 전략적 중요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기에, 우리 반도체 산업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 확대할 수 있는 연구개발 투자와 인력투자가 그 기본이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 더욱 중요한 전략은, 이차전지·바이오·방위산업·콘텐츠 등 반도체 이외의 성장축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AI 투자 사이클이 반도체 부문에 미치는 충격과 그 경로를 상시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체계를 갖추고, 소수 빅테크기업에 쏠린 고객사 구조도 다변화해야 한다.

또한 외환시장 방어력 확충, 통화스와프 등 대외 안전판 마련,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로 대외 충격의 국내 전이를 막아야 하며, 대미 협상에서는 반도체 관세를 3500억 달러 대미투자 이행과 연계하여 하나의 패키지로 다뤄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필요할 것이다. 호황의 정점에서 다음 위기의 씨앗을 미리 솎아내는 노력이, 지금 한국경제에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다.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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