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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2018년엔 북핵, 2026년엔 ‘동맹 비용’…8년 만에 뒤바뀐 워싱턴의 한국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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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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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북 정상외교에 한반도 집중…회고록들, 동맹 불신의 이면 기록
트럼프, 연합훈련 축소·이란전 비협조 거론…호르무즈 참여 압박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에도 동맹 기여 다시 시험대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8년 전 추석 연휴였던 2018년 9월, 워싱턴과 뉴욕 외교가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였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공식 서명했다. 그해 6월 12일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직후였다.

2026년 9월의 워싱턴은 다르다. 당시 북핵과 미·북 정상외교가 한·미를 묶는 공동 의제였다면 지금은 연합훈련, 이란전쟁, 호르무즈 해협, 방위비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가 전면에 나왔다. 워싱턴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도 비핵화 협력보다 '동맹에 무엇을 기여할 것인가'로 이동했다.

◇ 2018년 북핵이 워싱턴 달궈…정상외교 이면엔 주한미군 철수론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은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잇달아 회담했다. 워싱턴 싱크탱크들은 미·북 비핵화와 한·미 관계를 주제로 포럼과 심포지엄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후 나온 회고록들은 화려한 정상외교 뒤의 불신도 기록했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여러 차례 주한미군 2만8500명 전원 철수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당시 장관이 "주한미군 철수는 두 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하시죠"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지, 맞아, 두 번째 임기"라고 답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세부 사항보다 회담 자체를 '선전 행사'로 봤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완전 헛소리만 한다(so full of shit)"는 쪽지를 건넸다는 기록도 남겼다.

그럼에도 북핵이라는 공동 의제가 워싱턴의 한반도 관심을 붙잡고 있었다. 의회와 싱크탱크, 언론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동맹 기여를 설명할 공간도 지금보다 넓었다.

한미정상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2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AP·연합
◇ 트럼프, 연합훈련 대폭 축소 지시…북핵 협상보다 '동맹 비용' 전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6일 트루스소셜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에게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훈련이 고비용이고, 북한에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이는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 및 한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기록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지금은 북핵 협상만이 변수가 아니다.

◇ 이란전쟁·호르무즈·3500억 달러 투자…안보·통상 현안 동시 부상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7일 한국이 이란전쟁 지원 요청을 거절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꺼냈다. 그는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3만9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왜 이란의 '아주 쉬운 군사작전'을 돕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는 개입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답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당신들을 돕는 데 개입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실제 주한미군은 약 2만8500명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개월 동안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안보 노력에 기여하도록 압박해왔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기뢰 제거 등 한국의 역량을 거론하며 참여를 요구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3500억 달러가 걸려 있다. 한·미는 지난해 7월 30일 한국산 상품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조선업 15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구체적인 투자 사업이 더 빨리 나오지 않는 데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회담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9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후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연합
◇ 108억 달러 캠프 험프리스도 끝난 계산 아니다…동맹 관리 다시 시험대

캠프 험프리스는 한국의 동맹 기여를 보여주는 대표적 자산이다. 전체 건설비 약 108억 달러 가운데 한국이 약 90%인 98억 달러를 부담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이 투자가 한국이 '무임승차'하는 동맹국이 아니라는 방어 논리가 됐다. 그러나 2기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까지 미국에 넘겨달라는 요구를 꺼냈다. 과거의 기여가 현재의 압박을 자동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2018년에는 북핵이 한·미를 하나의 목표 아래 묶었다. 2026년에는 그 자리에 연합훈련과 이란전쟁, 호르무즈 해협, 대미 투자와 기지 문제가 들어섰다. 108억 달러의 캠프 험프리스도, 3500억 달러의 투자 약속도 '동맹의 값'에 대한 질문을 끝내지 못했다. 한미동맹의 역사는 결국 과거의 공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변화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그 가치를 계속 설명하고 관리해야 유지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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