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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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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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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효 노동법률대교 대표노무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근로기준법에 도입된 지 6년이 지났다. 시행 초기만 해도 산업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업무 지시이고 어디서부터 괴롭힘으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관리자들은 판단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동안 조직 안에서 부당한 대우를 감내해야 했던 근로자들에게는 법적 보호 장치가 생겼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 폭압적인 갑질이나 상식을 벗어난 인격 모독을 더 이상 조직 관리라는 이름으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도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다 보면 제도가 정착됐다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고용노동청에 접수되는 관련 신고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괴롭힘 판단의 핵심 기준인 '업무상 적정 범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건이 발생한 뒤 조사와 후속 조치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장의 이해도 충분하지 않다.

실제 사건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도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가'다. 필자가 담당했던 사건 가운데는 팀장의 연차 사용 반려, 갑작스러운 근무표 변경, 조직 개편에 따른 팀 재배정 등을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제기된 사례가 있었다. 신고인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사실관계를 조사한 결과 해당 조치에는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고, 그 방식 역시 통상적인 사회적 통념을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웠다.

직장생활에서 갈등이나 불쾌감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는지, 행위가 이뤄진 장소와 상황은 어떠했는지, 같은 행위가 반복됐는지, 표현 방식과 정도가 적절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 기준이 무너지면 정당한 업무 지시와 부당한 괴롭힘 사이의 경계도 함께 흐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문제는 조사가 끝난 뒤 결과를 당사자에게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보고서 전체를 신고인이나 피해근로자에게 반드시 교부하도록 하는 규정까지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법에 명문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조사 결과를 전혀 설명하지 않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기업이 조사를 마친 뒤 아무런 설명이나 피드백을 하지 않을 경우 신고인은 회사가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불신이 노동청 진정 등 추가적인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조사 결과의 '통지'와 조사보고서 원문의 '공개'는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인정 여부와 회사가 취한 후속 조치의 방향 등 당사자가 알아야 할 핵심적인 내용은 적절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사 절차가 어떻게 진행됐고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해야 결과에 대한 수용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면 조사보고서 전체를 그대로 공개하는 문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피신고인의 구체적인 진술뿐 아니라 조사에 참여한 참고인들의 진술과 각종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이 그대로 노출될 경우 조사에 협조한 직원들이 보복이나 조직 내 갈등 등 또 다른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비밀유지가 중요한 이유 역시 특정 당사자 한쪽만이 아니라 조사에 참여한 구성원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보고서를 얼마나 많이 공개하느냐보다 조사 과정 자체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괴롭힘 사실을 인지하면 신속하게 객관적인 조사에 착수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내 자체 조사만으로 모든 사건에서 충분한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다. 특히 신고인과 피신고인, 조사 담당자가 같은 조직 안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에는 아무리 절차를 공정하게 운영하더라도 조사 결과를 둘러싼 편파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거나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는 초기 단계부터 외부 노동법률 전문가나 전문기관에 조사를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제3자가 사실관계와 법적 기준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면 결과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분쟁이나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기업이 경계해야 할 것은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당장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를 처벌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목적은 조직 안에서 가해자를 찾아내 낙인을 찍는 데 있지 않다.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조직 내 업무 지시와 의사소통의 적정한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당한 업무상 피드백은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부당한 대우를 받은 구성원은 불이익이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시행 6년을 지나 정착 단계에 접어든 지금 필요한 것도 신고 건수나 징계 수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절차적 신뢰를 조직 안에 뿌리내리는 일이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처벌의 강도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조사 과정과 결과를 얼마나 공정하다고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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