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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한국 원전의 강점은 발전소 한 기를 건설하는 능력에만 있지 않다. 핵연료와 핵심 기자재부터 설계·조달·시공과 운영·정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국내 기업과 기술로 연결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갖췄다는 데 그 강점이 있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같은 대형 기기뿐 아니라 계측기·밸브 등 수많은 보조기기를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까지 밸류 체인에 참여한다. 오랜 기간 대형 원전을 반복 건설하며 축적한 경험은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이런 밸류 체인 경쟁력은 원전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이다. 반도체는 특정 대기업의 제품만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촘촘하게 연결된 산업 생태계의 힘으로 경쟁한다. 원전도 설계에서부터 운영·정비에까지 이르는 각 단계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미국 사업을 계기로 국내 중소·중견기업까지 현지 공급망에 진출한다면 원전 한 기의 수출을 넘어 밸류 체인 전체가 해외시장에 뿌리내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실적 확대에 만족하지 말고, 원전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국가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연구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핵심 공급망 유지, 금융·세제 지원을 지속하고 기업들이 장기적인 해외시장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정권처럼 정치적·이념적 판단으로 원전 산업의 기반이 붕괴하는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원전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수출을 동시에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전략산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엄격한 설계·시공 기준과 안전 검증, 전문인력 확보를 통해 안전 수준을 높여야 한다. 미래 전력수요와 에너지 안보를 반영해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각 전원의 역할을 조화시키는 장기 에너지 전략도 필수적이다.
미국 원전 8기 추진은 한국에 단순한 대미 투자 이상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핵심은 원전 몇 기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기업이 밸류 체인 곳곳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위치를 차지하도록 산업 생태계를 해외에 확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K원전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원전 산업을 정권의 부침에 흔들리지 않는 국가전략산업으로 발전시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만들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