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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명태 전성기 떠올리게 하는 ‘명태김치’…“바로 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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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6. 09. 0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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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송정시장서 작은점포하던 동호식품 김치
공무원 출신 며느리가 연구 끝에 옛맛 살려
아삭아삭한 감칠맛, 수육과 잘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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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송정시장에서 명태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을 곁들여먹던 1970년대 시절을 AI로 재현했다. 동해 명태김치 이미지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실물사진. /부두완 기자
강원 동해시의 로컬 맛을 찾아 여러 식당을 다녔다. 묵호항의 해산물과 오래된 골목 맛집을 둘러보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질문이 남았다. "동해를 대표할 진정한 로컬 음식은 무엇일까."

답은 뜻밖의 장소에서 찾아왔다. 후배가 건넨 김치 봉지를 열자 붉은 양념 사이로 명태 살이 배어 있었다. 명태김치란 말에 한입을 베어먹었다. 배추의 아삭함 뒤로 명태의 담백한 감칠맛이 차올랐다. 바다와 땅이 준 맛, 누군가의 손맛이 느껴지는 맛은 자극적인 매운맛 대신 시원하고 잔잔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했다.

묵호의 바람과 명태 덕장, 옛 송정시장의 풍경이 김치 한 포기에 녹아 있었다. 그렇게 궁금증을 품고 동해시 구미동의 ㈜동호식품(대표 김복자 명인)을 찾았다.

태극기 아래 적힌 60여년의 이력서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펄럭이는 태극기가 눈에 들어왔다. 전통 음식을 만든다는 자부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두색 외벽에는 '백년소공인', '패밀리기업', '희망풍차 나눔기업' 현판이 빼곡했다. 송정시장의 작은 식료품 가게에서 출발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동호식품의 이력서였다.

동호식품은 60여년전 창업주가 당시 다섯 살이던 아들의 이름 '동호'를 상호로 내걸었다. 내 자식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정직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1993년 김치공장을 설립하며 전문업체로 변신했다. 공무원 출신 며느리 김복자 대표가 시부모의 뒤를 이으며 가족의 손맛과 철학을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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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가 펄럭이는 동호김치 공장 전경./부두완 기자
철저한 위생과 전통의 손맛이 만나는 현장
전통의 맛을 지켜가는 고집은 위생시스템에서 시작된다. 에어샤워와 철저한 복장 소독을 거쳐 들어선 작업장 안은 머리카락, 먼지 하나 용납하지 않았다.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에 준하는 현대화된 시설에서, 배추의 세척부터 양념 배합, 명태 손질까지 모든 공정이 정밀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오랜 세월 쌓아온 '어머니의 손맛'이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빚어지고 있었다.

부촌 송정시장, 막걸리와 고기 안주에 곁들이던 옛 맛
동호 명태김치의 깊은 뿌리를 이해하려면 옛 송정동의 시간을 들여다봐야 한다. 동해항이 들어서기 전, 비행장과 해수욕장을 품은 송정동은 동해 부촌이었다. 시장은 사람으로 북적였고, 음식점에서는 송정막걸리와 고기 안주를 앞에 두고 정겨운 이야기가 오갔다.

그 시절 명태김치는 고기와 막걸리 밥상에 빠지지 않던 존재였다. 잘 익은 명태김치 한 점은 고기의 기름기를 말끔히 씻어내 입맛을 돌게 했고, 명태 살의 담백함은 막걸리의 구수한 풍미를 북돋웠다. 끼니를 채우는 반찬을 넘어, 넉넉했던 송정시장의 식문화를 보여주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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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명태김치위에 명태살이 보인다.
8년 전 시어머니의 손맛을 되살려낸 며느리
동해항 건설과 명태 어획량 감소로 송정시장이 변하면서, 명태김치도 밥상에서 차츰 자취를 감췄다. 단절되었던 향토음식을 되살린 이는 김복자 대표였다. 김 대표는 시어머니가 담그던 명태김치의 비율과 숙성 노하우를 하나씩 되짚었다. 재료와 온도를 달리하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약 8년 전 오늘날의 맛을 복원했다.

옛 방식은 통명태를 넣었지만, 김 대표는 현대인의 식성에 맞게 뼈를 발라낸 명태 살코기만을 사용했다. 배추와 명태 살을 저온에서 천천히 숙성시키자 잡내 없이 산뜻한 발효의 맛과 담백한 감칠맛이 어우러졌다.

바다 건너 제주까지 전해지는 전통의 손맛
명태김치는 수육이나 삼겹살과 환상의 궁합이다. 차갑고 시원한 명태김치가 뜨겁고 고소한 고기 기름을 감싸 안으며 다음 한 점을 부른다. 여기에 아삭한 명태깍두기와 무채가자미김치까지 더해져 동해 바다의 발효 식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동호김치의 진심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 문화에 익숙한 제주도에서 택배 주문이 생겨났다. 수육과 명태김치의 콜라보를 좋아하는 제주도 출신 단골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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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명태김치. 배추 사이사이에 저온에서 숙성시킨 명태가 곳곳에 보인다.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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