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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길의 뭐든지 예술활력] 관계맺기 중심의 청년 예술가지원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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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0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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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칠
경북 영덕군 영해면 빈집의 외벽을 페인트칠 하는 청년예술가들과 주민들. 이곳은 청년예술가들이 작품발표회를 연 장소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지원사업이 전국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지원사업은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역 청년들의 유출을 방지하고 외지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지원하여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기회를, 지역에는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목적으로 2018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청년단체 및 청년기업을 대상으로 공모하고, 선정된 청년단체는 3년간 매년 2억원씩 총 6억원을 지원받는 규모가 제법 큰 청년 지원사업이다. 그렇다면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청년마을'이 전국에 몇 개인지 아시는가? 2026년 현재 총 61개이다. 경북에 11개, 경남, 전남, 전북, 강원이 각 7개로 지방소멸 위험이 큰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외에도 지방소멸기금을 통해 청년주택을 만드는 사업, 지방청년을 위한 창업지원 사업 등 지방의 청년 지원사업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청년 지원사업을 통한 지방소멸 대응 방안이 때로는 지역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청년만 지원하고 원주민은 홀대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외지청년은 먹튀(지원금만 받고 떠난다)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먹튀방지 방안이 지방의원들의 주요 의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이 끝난 후, 청년들이 모두 떠나버렸다는 이야기는 지방언론의 단골뉴스이기도 하다.
영해 노래자랑대회
청년예술가들이 준비한 노래자랑에 참여한 지역의 청소년들 모습
청년 지원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필자 역시 곤란을 겪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청년예술인을 통한 지역활성화 방안을 실행하는 일은 청년 지원사업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더불어 예술에 대한 거리감으로 인해 지방의 정치인과 주민들에게 공격받기 일쑤다. 특히 지방의 경제적 어려움이 깊어질수록 예술에 대한 지원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감정이 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지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필자마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어 사업이 끝나면 빨리 떠나버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여름, 경북 영덕군 영해면에서 청년예술가들의 작품 발표 준비모습을 보면서 청년예술가들의 지역활동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연일 34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서, 작품발표회를 할 빈집의 외벽을 흰색 페인트로 다시 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청년예술가들이 페인트 칠을 하고 있었는데, 커피집 사장님은 아이스커피와 찐옥수수를 가져오시고, 호프집 사장님은 아이스맥주를 기꺼이 내주었고, 식당 삼촌은 콜라를 들고 나와서 청년들에게 따라주었고, 가스집 사장님은 참견을 하는 척하며 어느새 일을 도와주고 계셨다. 청년예술가들이 작품발표 준비를 성심껏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을 하게 되신 것이다. 특히 작품발표에 대한 4개월 동안의 공공지원(숙박 및 소정의 활동비, 창작지원금 등)이 끝나면 일체의 지원도 없이, 청년예술가들이 스스로 지역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소식에 모두 안타까워하시며, 지역의 군의원들에게 남아있는 청년예술가들에게 숙소라도 마련을 해주라고 자발적으로 이야기해 주셨다.
청년예숧가들에게 주민들이 준 커피와 옥수수
페인트칠하는 청년예술가들에게 주민이 건네준 커피와 옥수수
청년예술가들이 지원금 몇 푼 때문에 지역에 남을까?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주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지역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스스로 남는 것이다. 지원 사업에 중심을 두기보다 '관계'에 중심을 두면 사람이 보이고 지역에서 살아갈 길이 보이는 것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청년들의 유치와 정착에 발벗고 나서는 것이다. 지금까지 청년 지원사업들이 너무 컨설팅과 재정지원 등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지역과의 관계맺기에 소홀했다. 속된 말로 돈을 중심으로 사업을 계획하면 돈줄이 마르면 사람도 떠나게 된다. 하지만 관계를 중심으로 지원사업을 재편하면 사업이 끝나도 사람이 남는 것이다. 참고로 '영해 청년문화예술발전소' 3기(10명) 지원사업이 종료되었지만, 7명의 청년예술가들이 영해면에 남아서 창작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실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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