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레버리지 ETF 손실 55조 추산
위험성 우려에도 투자 진입장벽 낮춰
졸속도입 논란에 이억원·이찬진 도마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인해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개인투자자 손실이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관측까지 나오자, 실패한 정책을 설계한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상품 설계 단계부터 충분히 위험성이 우려됐음에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생략하고, 지나치게 투자 장벽을 낮추면서 투기 열풍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레버리지 ETF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충분히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사례를 검토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졸속하게 도입했다면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도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지난 5월 27일 이후 주식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과 패닉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인 매수·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각각 53회와 10회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 급변시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5분간 정지시키는 장치이고,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급락할 경우 20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다.
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국내 증시가 요동쳤다는 얘기인데, 실제 코스피는 5월 27일 8228.70에서 6월 22일에는 9114.55로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 급락해, 7월 30일에는 5593.56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도 코스피는 등락을 거듭하며 70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도 반토막 났다.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시가총액은 6조4292억원에서 이달 1일 2조3741억원으로 3분의 1 수준까지 급락했다.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시가총액 역시 같은기간 2조9257억원에서 1조5154억원으로 추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포함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손실액이 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을 상향하고, 개인별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만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 상품 설계 당시 필요했던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용범 전 정책실장을 포함해 이억원 위원장과 이찬진 원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김용범 전 실장이 물러난 만큼 이억원 위원장과 이찬진 원장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는 비난이다.
정부가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이유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흡수하고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당시 김 전 실장은 "해외에서는 가능한 상품을 국내에서는 왜 허용하지 않느냐"며 레버리지 ETF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 정책적 효과 역시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는 "레버리지 ETF의 도입 효과가 크지 않아 보인다"며 "금융당국이 내놓은 추가 규제가 상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도입돼 개인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정책으로 봐야 한다"면서 "레버리지 ETF 설계 과정에서 충분한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이 있었는지, 해외 사례를 충분히 검토한 후 도입됐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고 명예교수는 이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뮬레이션별로 실시했다면 지금과 같은 정책 실패는 최소화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다면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 아니냐"며 "레버리지 ETF 정책 실패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되고 자본시장이 카지노와 같은 도박판으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금융당국 수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