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수소 생산' 활용 고려해야
일관된 정책이 탄소 감축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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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수소가 있다. 수소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전력이다. 남는 전기는 우선 배터리가 담는다. 낮의 태양광을 저녁으로 옮기는 몇 시간의 조절은 배터리가 가장 싸고 효율도 90% 안팎으로 높다. 그러나 한계도 둘 있다. 하나는 시간이다. 연휴 며칠, 봄철 몇 주씩 이어지는 잉여 앞에서 배터리는 첫날 가득 차면 그만이고, 담는 시간을 늘리려면 그만큼 설비를 더 지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출구다. 배터리는 담은 전기를 다시 전기로만 돌려주는데, 전기가 남는 계절에는 돌려줄 곳이 없다. 수전해는 다르다. 남는 전기로 물을 분해하면 전기는 연료이자 원료인 수소가 되어 전력망 밖으로 나간다. 배터리가 전기를 시간 위에서 옮긴다면, 수소는 전기를 산업으로, 계절로 옮긴다. 둘은 경쟁이 아니라 역할 분담의 관계다.
둘째는 산업이다. 철강과 석유화학은 석탄과 석유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전기로 바꾸기 어렵다. 석탄 대신 수소로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처럼, 수소는 이들 산업이 탄소중립 시대에 살아남을 거의 유일한 길이다. 태양광과 풍력 제조의 주도권이 이미 중국으로 넘어간 지금,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겨룰 수 있는 탄소중립 산업은 배터리와 연료전지·수전해다.
셋째는 에너지안보다. 2024년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3.4%였고, 에너지 수입에 쓴 1,613억 달러는 1등 수출품 반도체를 팔아 번 1,419억 달러보다 많았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전기로 만드는 국내 수소는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에너지이고, 수입하더라도 중동에 몰린 석유·가스보다 공급원이 다양해, 국내 생산과 수입을 함께 갖추면 에너지안보의 체질개선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멀다. 국내에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출력을 낮추는 일이 일상이 되었지만, 그 전기를 받아줄 수전해 설비는 아직 없다. 청정수소 발전 입찰물량은 6.5TWh에서 0.5TWh로 크게 줄어 기업들이 투자 시점을 잡기 어려워졌다. 수소를 오래 저장하는 일도 아직 비싸다. 저장했다 꺼내 쓰는 효율은 30~45% 수준이고, 유럽처럼 값싸게 저장할 암염동굴도 우리에게는 없다. 그 사이 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로 2035년까지 24.7GW 이상의 전력수요가 새로 예고되면서 수소가 맡아야 할 역할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핵심은 순서와 경제성이다. 수소의 쓰임은 완충, 활용, 저장의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완충이다. 배터리가 받지 못하는 잉여를 수전해로 흡수해 전력망의 완충 장치로 삼는 일은 지금 당장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낸다. 다음은 활용이다. 만든 수소를 쌓아두지 않고 가까운 제철소와 석유화학 단지에서 바로 써서 국내 수요를 키우는 단계다. 저장은 그다음이다. 완충과 활용을 넘어서는 수소가 생기고 경제성이 뒷받침되면 계절을 넘기는 저장도 필요하다.
다만 저장에 기댈 만큼 국내 수요가 작아서는 안 된다. 쓸 산업을 키우는 것이 저장 설비를 늘리는 것보다 먼저다. 계절에 따른 부족분은 수입 수소로 조절하고, 국내 생산은 전력망의 유연성과 자급을 맡는 역할 분담이 우리 여건에서 비용을 가장 낮추는 조합이다. 수소발전은 혼소에서 전소로 단계적으로 가되, 연료전지와 수전해를 수출산업으로 키우려면 국내에서 써 볼 최소한의 실증시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 전기차는 상당 부분 석탄으로 만든 전기로 달리지만, 우리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준다. 전기차 산업과 미래를 위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소는 지금 당장 청정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같은 미래를 준비하면서 잣대가 다른 셈이다.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노래에 흔들리지 않으려 스스로를 돛대에 묶었듯, 정책도 눈앞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묶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그 일관성 위에서 수소가 우리나라의 탄소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의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우리의 탄소중립 기술로 자라나기를 기대한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