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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10억으로 7000억 번 이유 있었네 ‘옵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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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6. 09. 0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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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75만 달러로 5억 달러 쓸어담은 흥행작 2일 개봉
1999년생 유튜버 출신 감독 데뷔작…Z세대 연애관 직격
인디 네버레티의 파격적 열연 인상적…청소년 관람불가
옵세션
2일 개봉하는 '옵세션'은 Z세대가 주인공인 공포영화다./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악기 매장 종업원 '베어'(마이클 존스턴)는 거절을 두려워하는 소심한 성격 탓에 동료 '니키'(인디 네버레티)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7년째 미루고 있다. 그렇게 속앓이를 계속하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골동품 판매점에서 한 개의 소원을 들어주는 장난감 '원 위시 윌로우'를 손에 넣은 '베어'는 "'니키'가 나만을 사랑하게 해 달라"며 주문을 건다. 주문과 동시에 자신을 사랑하게 된 '니키'의 달라진 모습에 '베어'는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지만, '니키'의 사랑이 점차 광기어린 집착으로 변해가자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예로부터 공포 영화는 '스타' 탄생의 등용문일 때가 많았다. 여기서 '스타'란 배우가 아닌 감독을 의미하는데, 새내기 연출자가 저예산으로 자신의 재능을 뽐내기에 적합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샘 레이미 감독과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들 모두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저예산 공포영화를 데뷔작으로 선보여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일 개봉하는 '옵세션'은 1999년생 유튜버 출신 연출자인 커리 바커 감독이 레이미 감독과 잭슨 감독처럼 훗날 대가로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할리우드 역사에 길이 남을 데뷔작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무척 높아졌다. 75만 달러(약 10억원)에 불과한 제작비로 690배인 5억 달러(약 6900억원) 이상을 전 세계에서 쓸어담아, '백룸'(3억9400만 달러·약 5400억원)을 제치고 올해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공포영화가 됐기 때문이다. 또 '블레어위치'를 제치고 100만 달러 미만으로 제작된 영화들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작 등극의 영광을 안았다.

옵세션
인디 네버레티는 영화 '옵세션'에서 주문에 걸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직장 동료를 사랑하게 된 '니키' 역을 열연해 호평을 받았다./제공=유니버설 픽쳐스
흥행 성과 및 감독의 이력과 별개로 이야기 전개 방식만 놓고 보면 의외로 고전적이고 정공법에 가깝다. 바커 감독은 짝사랑이 주체를 바꿔 광기어린 집착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순서대로 보여주며 심리적 공포를 차근차근 유발하고, 잔인한 장면을 최소화해 막판 휘몰아치는 듯한 시각적 충격의 극대화를 노린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같은 천재 연출자의 경천동지할만 한 솜씨를 잔뜩 기대하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는 이유다.

진짜 흥미로운 지점은 작품이 꿰뚫어보고 있는 현대 남녀의 심리, 좀 더 구체적으로는 Z세대의 연애관이다. SNS를 통한 디지털 관계 맺기에는 거리낌이 없지만 육성으로 이뤄지는 의사 소통은 왠지 부담스러워 통화를 꺼려하는 동시에, 얼굴을 맞대고는 거절이 두려워 정작 아무 말도 못한 채 상대에 대한 소유욕만 불태우는 청춘들을 살짝 동정하는 것같지만 뒤로는 냉소하고 직격한다.

극과 극의 표정을 자유롭게 오가며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인디 네버레티의 열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볼 거리다. 네버레티는 '옵세션'의 성공에 힘입어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에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사건의 장본인이자 가해자지만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기는 듯한 '찌질남'을 연기한 마이클 존스턴의 차분한 뒷받침도 인상적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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