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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제도 안에 있다.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에 답례품까지 받으니 기부자로서는 밑질 게 없다. 그러나 10만원을 넘는 순간부터 셈법이 복잡해지고 손에 쥐는 것이 줄어든다. 연말정산에 밝은 국민들이 그 경계를 모를 리 없다. 그러니 12월에, 딱 10만원만 내고 멈춘다. 3년째 반복되는 이 풍경을 두고 국민의 기부심이 얕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제도가 그어놓은 선까지 국민은 정확히 와 있는 것이다. 멈춰 선 것은 국민이 아니라 제도다.
정부도 문제를 안다. 올해 10만원 초과 구간의 공제율을 올렸고, 내년 세제개편안에는 비수도권 취약지역에 공제를 더 얹어주는 차등 설계를 담았다. 재정을 다루는 공무원들의 고민을 모르지 않는다. 한정된 세수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나름의 성의도 읽힌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한 발제자가 말했듯, 서류 위에서 정교한 설계가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사는 곳과 기부할 곳의 지역 유형을 따져 공제율을 계산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기부는 계산기가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고, 마음이 움직이려면 신호가 단순해야 한다. "20만원까지는 전액 돌려받는다." 이 한 문장이면 된다.
일본의 경험이 참고가 된다. 일본도 2008년 고향납세를 도입하고 한동안 제자리걸음이었다. 2015년 공제한도를 두 배로 늘리는 결단을 내리자 기부금이 한 해 만에 네 배로 뛰었고, 지금은 매년 1조엔이 넘는 돈이 도쿄에서 지방으로 흘러간다. 우리보다 15년 먼저 출발한 나라가 어디에서 도약했는지는 분명하다. 제도의 성패를 가른 것은 홍보도 답례품도 아닌, 문턱을 옮기는 결단이었다.
전액공제 한도 상향은 현 정부의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지방시대를 국정 기조로 내건 정부라면 이번 정기국회 세법 논의에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이 제 돈으로 지방을 돕겠다는데 그 길을 좁혀둔 채 균형발전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세수 감소를 걱정하는 목소리에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이 제도로 지방에 가는 돈의 92%가 비수도권으로 흘러간다. 수도권의 세수 일부가 소멸을 걱정하는 지역의 사업 재원으로 바뀌는 것이니, 이보다 값싸고 효율적인 균형발전 정책을 나는 알지 못한다.
물론 한도를 올리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토론회에서 광주 동구의 사례가 소개됐다. 쪽방촌 주민을 돕는 지정기부 사업 하나로 전국의 기부자들이 이 작은 자치구를 찾아냈다. 기부자는 자기 돈이 만든 변화를 확인할 때 다시 지갑을 연다. 지정기부 사업의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자체가 지역 사정에 맞는 사업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넓혀주는 일이 한도 상향과 함께 가야 한다.
토론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진단은 이제 차고 넘친다. 학계도, 지자체도, 심지어 정부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다. 모자란 것은 결단이고, 결단은 국회와 정부의 몫이다. 나는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으로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전액공제 한도 상향을 매듭짓는 데 힘을 다할 것이다. 지방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