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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건부 사과 쇼 : 육사총동창회는 역사와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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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8. 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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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4 서남열 회장
서남열 국방안보포럼 회장 / 사진=(사)국방안보포럼
12·3 비상계엄이라는 위헌적 내란 사태로 무너진 장교단의 명예를 일으켜 세우기는 커녕 기득권 수호에 혈안이 된 육사 예비역 수뇌부의 오만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박판준 육사총동창회장이 국방부 장관 면담 직후 쏟아낸 발언들은, 이들이 여전히 상식과 법치, 역사의식과 동떨어진 채 그들만의 고립된 섬에 갇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방침 철회를 촉구하며 "쿠데타 세력은 이미 처벌을 다 받았다"고 항변했다. 심지어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국립묘지에도 못 가고 유골을 집에 보관 중이며, 훈장도 다 뺏겼다"는 해괴한 논리까지 동원했다. 요컨대 '이미 충분히 죗값을 치렀으니 육사를 벌주기 위한 사관학교 통합을 당장 멈추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술 더 떠 "육사를 대표해 대통령에게 사과할테니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 달라"며 조건부 타협까지 시도했다. 역사와 국민 앞에서 이게 무슨 오만함이며 무례인가.

국군사관학교 창설 철회를 조건으로 유감 표명 하겠다는 것이 과연 진정한 사과일 수 있단 말인가?

육사 출신들이 지금 해야 할 유일한 행동은, 대한민국 헌정을 짓밟고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은 '육사의 원죄'에 대해 조건 없이 납작 엎드려 사죄하고 뼈를 깎는 재발 방지책을 수용하는 것 뿐이다.

집단 이기주의와 동문 카르텔을 지키기 위해 흥정하듯 던지는 '조건부 사과 쇼'에 기만당할 국민은 없다.

12·3 당시 국회를 짓밟은 핵심 지휘관들이 육사 카르텔로 얽혀 있었던 엄연한 진실 앞에서도, 이들은 "버스를 타고 보니 계엄 버스였다"는 식의 면피성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두환의 유골이 집에 있다는 사실이 어떻게 헌정 파괴의 면죄부가 되며 장교단의 속죄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국민을 능멸하는 피해자 코스프레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는 대목은 그들 내면 깊숙이 똬리를 튼 위험천만한 정치적 계산이다.

총동창회장은 "정권이 바뀌면 계엄 관련자들이 다시 원위치에서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겠느냐"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훗날 정치 지형이 바뀌면 개혁을 뒤엎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뺏은 세력에게 보복하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으로도 읽힌다.

헌법과 문민통제를 수호해야 할 육사출신 장교단의 상징적 인물이 여전히 정치의 풍향계를 살피며 헌정 질서를 뒤흔들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아직도 '하나회'나 '알자회' 같은 시대착오적 사조직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분명히 해둘 것은, 사관학교 개혁과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육사를 향한 보복성 '벌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정 출신의 보직 독점과 사적 카르텔이 국가의 무력을 사병(私兵)처럼 쥐고 흔들던 구조적 폐단을 뿌리 뽑기 위한 '헌법적 백신'이자 국방 안보의 백년대계다. '상관을 향한 맹목적 충성'을 끊어내고, 오직 '헌법정신에 충실한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 위한 불가피한 시대적 당위다.

역사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조건부 거래를 시도하고 정권 교체 후의 보복까지 암시하는 육사총동창회의 태도는, 역설적으로 왜 지금 당장 이 개혁이 완수되어야만 하는지 그 시급성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육사총동창회는 연좌제나 절차적 지연이라는 얄팍한 프레임 뒤에 숨어 기득권을 연장하려는 헛된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

지금 예비역 장교단에 허락된 길은, 바닥으로 추락한 군의 명예를 직시하고 조건 없이 '국민의 군대' 재탄생에 동참하는 것 뿐이다.

끝내 역사의 경고를 비웃고 오만을 굽히지 않는다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걷잡을 수 없는 국민적 분노와 역사의 냉혹한 심판 뿐임을 똑똑히 새겨야 할 것이다.

서남열 (사단법인 국방안보포럼 회장)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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