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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호프’, 극단적 호불호가 성패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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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6. 08.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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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감소폭 ↑…국내 흥행만으론 제쟉비 회수 '글쎄'
전문가·관객들의 엇갈린 시각차가 부정적 영향 미쳐
고예산 SF로 알려진 게 패착…다양한 시도 감소 우려
호프
영화 '호프'가 관객수 급감으로 '절반의 성공'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올해 한국 영화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던 '호프'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완성도를 둘러싼 영화계 및 평단과 대중의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관객수로 막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호프'는 전날 하루동안 1만4523만명을 동원해 일일 박스오피스 4위에 머물렀다. 지난달 15일 이후 누적 관객수는 440만8404명으로, 직전 상영 4주째 주말(7~9일)에는 10만여 명이 관람해 3주째 주말(7월 31~2일) 관객수(33만5000여 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역대 한국 영화 최고 수준인 700억원에 육박하는 총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 '호프'는 이처럼 관객수 감소폭이 커지면서 국내 흥행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주요 투자·배급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의 발표처럼 해외 선판매로 총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이미 회수했으나, 이를 제외하고도 지금 추세로는 손익분기점으로 추정되는 700만명은 물론 500만 고지 돌파도 여의치 않아 보여서다.

당초 '호프'는 '추격자' '황해'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10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란 점과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에 따른 후광 효과, 황정민·조인성·정호연에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커플 마이클 패스벤더-알리시아 비칸데르 부부가 가세한 초호화 출연진 등을 앞세워 '흥행 폭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됐다. 그리고 예측은 현실이 되는가 싶었다. 상영 닷새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초반 관객몰이 속도로만 보면 1000만 흥행작의 수순을 밟는 듯했다.

그러나 수치가 말해주듯 '흥행 폭풍'은 '미풍'으로 끝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계 관계자들은 전체적인 만듦새를 바라보는 전문가들과 일반 관객들의 시각차가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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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날 공산이 커진 배경에는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엇갈린 반응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김지운 감독(왼쪽)과 연출자인 나홍진 감독이 대담하고 있는 모습으로, 김 감독은 "영화다운 영화가 무엇인지 강력하고 황홀하게 보여준다"며 격찬했다./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익명을 요구한 한 시나리오 작가는 "호평과 찬사 일색이었던 영화계와 평단의 반응과 달리, 관객들과 이들의 영화 선택을 돕는 몇몇 영화 전문 유튜버들은 모호한 장르적 정체성·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 전개·불친절한 결말부·복고 느낌이 오히려 독이 된 컴퓨터 그래픽(CG) 등을 지적하며 매우 낮은 점수를 줬다. 또 후한 점수를 준 일부 평론가들을 상대로는 악플을 쏟아내는 등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면서 "관객에게 퍼즐 조각을 던져주고 스스로 맞추게 하는 나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이 장르의 특성상 오컬트 호러인 '곡성'과는 잘 어울렸지만, SF 액션을 표방한 '호프'에서는 지나치게 불친절하고 난해하게 느껴졌다는 게 문제였다"고 밝혔다.

또 나 감독과 황정민 개인에 관련된 일련의 소문과 논란도 흥행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게 영화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나 감독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들로 채워진 글들이 개봉을 앞두고 SNS를 통해 유포됐다. 나 감독이 무대 인사 등 관객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조금 위축된 표정으로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다'라고 반 농담성 해명을 곁들여야만 했던 이유"라며 "황정민도 마찬가지로, 유명인들의 실제 모습과 사생활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내 관객들의 오랜 성향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어느 정도 결과로 연결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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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 개인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개봉 전 SNS에 유포된 것도 '호프'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은 지난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25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에서 '다니엘 A. 크래프트 우수 액션시네마상'을 받고 소감을 밝히는 모습./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반면 이제까지의 관객수만 근거삼아 '호프'를 실패한 작품으로 몰아가는 건 성급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제작자는 "구체적인 제작비와 손익분기점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국내 관객수 만으로 성패를 가른다는 건 조금 섣부르다"며 "해외 흥행 결과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에서의 2차 판권 수익을 더해야 최종적인 판단이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찬찬히 뜯어보면 '호프'는 SF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쓴 SF로 부각된 것이 결정적 패착이었다"며 "본래 SF는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장르가 아닌, 마니아층이 두터운 장르다. SF의 컨벤션에서 벗어난데다 대중 영화의 화법을 따르지도 않는 '호프'가 SF 칭찬에 까다로운 대다수 관객들과 마니아층 양쪽으로부터 욕을 얻어먹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호프'와 관련된 영화인들 및 평단과 대중의 호불호가 생산적인 담론 형성으로 연결되지 않고 어느 한 쪽을 향한 일방적 비난으로 옮겨간 건 아쉽다"면서 "이로 인해 향후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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