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입보다 정책 중요"…'다카이치노믹스'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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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5월 22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를 만나 경제·물가와 금융정책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30일 경제재정자문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기는 했지만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는 힘든 자리였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5월 면담 뒤 다카이치 총리로부터 정부의 물가 대책과 성장투자 정책을 이해한 상태에서 적절한 금융정책을 운용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은 구체적인 추가 금리 인상 시기나 폭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은행에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금융완화가 아니다. 그는 일본은행이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형 물가'가 아니라 임금 인상을 동반한 안정적인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엔저로 원유와 식품 등 수입가격만 뛰는 상황은 다카이치가 말하는 '강한 경제'와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행도 엔저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0%로 유지했지만, 위원 1명은 물가 상승 위험에 대응해 1.25%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일본은행은 최근 엔저가 가전제품 등 내구재 가격을 밀어 올려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뚜렷하게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카이치 정부가 엔저 방어에 나섰다는 사실은 지난달 31일 미·일 협조 개입에서도 드러났다. 일본 재무성과 미국 재무부는 동시에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시장 개입을 실시했다. 미·일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은 15년 만이며, 엔화 매입을 위한 공조는 28년 만이다. 일본 정부는 엔화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한 조치라며 추가 협조 개입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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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카이치가 적극재정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의 경제정책 중심에는 여전히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 있다. 정부가 인공지능과 반도체, 에너지, 방위산업, 재난 대응 분야에 장기간 투자해 민간투자를 끌어내고 잠재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기업이 장기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여러 해에 걸친 예산과 정부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카이치가 기존 재정건전화론과 다른 점은 나랏돈을 먼저 아끼기보다 경제 규모를 키워 국가채무 부담을 낮추겠다는 데 있다. 세출 삭감이나 증세를 우선하기보다 정부 투자로 명목 국내총생산을 늘려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을 안정적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논리다. 동시에 국채 발행을 무한정 늘리지 않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시장의 신뢰를 지키겠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적극재정과 엔저 방어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세 감세와 대규모 재정지출은 경기를 떠받치지만 국채 발행 증가와 재정 불안 우려를 키워 엔화 약세를 부를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은행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엔저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금리가 오르고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도 커진다.
결국 다카이치의 경제관은 '아베노믹스 폐기'보다 '아베노믹스 2단계'에 가깝다. 정부는 재정으로 성장투자를 밀어붙이되 일본은행에는 임금 상승과 물가를 확인하면서 금리를 정상화할 공간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돈을 풀면서도 엔화 가치와 국채시장의 신뢰를 지키겠다는 어려운 줄타기다.
성장투자가 생산성과 임금을 끌어올리기 전에 감세와 재정지출만 앞서면 엔저와 물가 상승이 다시 심해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인상을 서두르면 내수가 꺾일 수 있다. 다카이치노믹스의 성패는 환율 개입 자체가 아니라 재정확대가 실제 성장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엔화의 향방은 일본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과 원·엔 환율, 일본 여행 수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