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대본이 된 셋리스트, 작품이 된 K-팝 콘서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723010008485

글자크기

닫기

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07. 29. 13:56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단순한 신곡 발표 무대 벗어나
공연 전체가 거대한 서사
엑소
엑소, 여섯 번째 단독 콘서트 투어 'EXhOrizon' 방콕 공연/SM
최근 월드투어를 끝낸 그룹 '엑소'는 공연 자체를 한 편의 이야기처럼 구성했다. 셋 리스트와 VCR(공연 흐름을 이어가거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상영되는 사전 제작 영상)을 활용해 그동안 자신들이 걸어온 시간을 무대 위에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방탄소년단(BTS)도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 공연에서 새로운 노래와 히트곡을 단순히 소개하기 보다 공연 전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셋 리스트를 구성했다. 엔하이픈 역시 월드투어 '블러드 사가'(BLOOD SAGA)에서 그룹의 세계관을 공연 전반에 녹여냈다. 각각의 무대가 하나의 이야기 속 장면처럼 연결되며 공연의 몰입감을 높였다.

셋 리스트(set list)는 보통 콘서트나 라이브 공연에서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곡들을 순서대로 적어 둔 목록을 가리킨다. 최근 K-팝 콘서트는 셋 리스트와 VCR을 유기적으로 활용해 단순한 음악 발표의 장이 아니라 서사를 전달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_파리(1)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아리랑' 파리 공연/빅히트 뮤직
콘서트 제작 방식을 보면 과거에는 오프닝과 앙코르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흐름이 설계됐다. 최근에는 콘서트 전체의 기승전결을 먼저 구상하고 이러한 틀 안에서 해당 부분에 가장 적합한 분위기의 노래를 배치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곡의 분위기와 메시지, 무대 연출, 조명 변화까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설계되면서 셋 리스트는 단순한 공연 순서표가 아닌 공연 전체를 이끄는 '대본'이 된 셈이다. 이를 충실하게 반영한 콘서트는 한 편의 '작품'이 된다.

발표곡이 많아진 K-팝 그룹들은 이러한 구성을 통해 기존 노래를 새롭게 활용하기도 한다. 신곡뿐만 아니라 오래 전 발표한 곡들이 현재의 감정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콘서트의 주제에 맞춰 배치한다. 팬들에게 익숙한 노래는 추억을 떠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이 걸어온 시간을 되짚는 장면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팬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와 맞닿아 있다. 팬들은 공연장에서 라이브 무대만 기대하지 않는다. 앨범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쌓인 세계관과 메시지가 공연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마무리되는지까지 함께 즐긴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대표곡을 현장에서 듣는 것을 뛰어넘어 콘서트 자체를 소비한다. 콘서트는 셋 리스트에 따라 음악, VCR, 무대 전환, 조명, 밴드 편곡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공연이 끝난 후 셋 리스트의 순서를 복기 하며 VCR의 의미를 해석하거나 공연 전체의 서사를 공유하는 문화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콘서트가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앨범, 뮤직비디오 등에서 소개된 세계관과 메시지, 그동안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무대라는 얘기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K-팝 콘서트는 히트곡을 나열하는 무대에서 벗어나 셋 리스트와 VCR, 조명, 안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K-팝 공연은 음악을 보여주는 무대를 넘어 아티스트의 브랜드와 정체성을 입체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다혜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