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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시선’ 안부·배지인 2인전 17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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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7. 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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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통해 사라지는 삶에 대한 본질적 질문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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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두려는 인간의 오랜 열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스크린과 캔버스 위에 남겨진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그 순간이 이미 지나가 버렸음을 증명하는 시간의 흔적이기도 하다. 송정원 시인의 시 '반대편에서 만나'에 등장하는 "서로 다른 시간에 서 있더라도 관통해본 사람은 어디든 존재하는 법을 알게 될 테니"라는 구절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의 궤적을 쫓아온 두 작가가 하나의 공간에서 만난다.

12일 미술계에 따르면 사진작가 안부와 회화작가 배지인의 2인전 '서로 다른 시간에 서 있더라도'가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갤러리 에이치 플럭스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허은미 관장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두 예술가가 어떻게 시간과 기억, 그리고 부재의 감각을 시각화하는지 깊이 있게 탐구한다.

안부 작가의 사진은 눈앞의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적 시선에서 벗어나 있다. 대신 기어이 사라지고 마는 것들이 남긴 미시적인 흔적과 공기에 주목한다. 그의 렌즈가 향하는 곳은 사람이 떠난 뒤 정적이 감도는 공간, 오후의 연약한 햇살이 비끼는 모퉁이, 혹은 수면 위로 산산이 흩어지는 빛줄기 같은 것들이다. 구체적인 서사를 배제한 그의 화면은 관람객에게 친절한 설명 대신 묘한 긴장감과 상실의 예감을 선사한다. 작가는 대상을 선명하게 박제하기보다 대상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기척을 붙들며, 소멸하기 직전의 가장 아름답고 쓸쓸한 순간을 프레임 안에 유예시킨다.

반면 배지인 작가는 고정된 과거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이를 현재의 시점으로 끌어올리는 회화적 실험을 선보인다. 아버지가 남긴 빛바랜 가족사진이나 유년 시절의 단편적인 풍경들은 그의 캔버스 위에서 원형 그대로 복원되지 않는다. 기억의 왜곡과 변형을 거치며 인물의 형체는 흐릿해지고, 공간의 경계는 해체되어 새로운 색채의 층위로 재조합된다. 특히 최근 연작에서 작가는 스마트폰으로 직접 수집한 오늘날의 해와 나무의 이미지를 오래된 기억의 풍경 위에 겹쳐 올리는 작업에 집중한다. 매일의 순환을 증명하는 해와 나무라는 매개체를 통해, 박제되었던 과거의 시간에 현재의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기억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현재진행형의 서사로 탈바꿈시킨다.

출발점과 표현 방식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두 작가의 시선은 결국 '사라진 것은 우리 삶의 어디에 머무는가'라는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안부가 미래에 다가올 상실을 미리 감각하며 숨을 죽인다면, 배지인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파편을 현재의 풍경 속으로 불러내어 숨을 불어넣는다. 사진의 기록성과 회화의 재구성 능력이 맞물리는 이 지점에서 시간은 더 이상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다차원적으로 교차한다. 전시는 상실이라는 감정을 무언가 부족하거나 사라진 상태에 묶어두지 않고, 과거의 잔향이자 미래의 예감으로서 현재를 풍성하게 채우는 또 하나의 시간의 형태로 제안한다.

갤러리 에이치 플럭스의 아늑한 공간 안에서 조우한 두 작가의 복수적 시간관은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내면적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 입구를 들어선 관람객들은 타인의 사적인 기억과 풍경을 응시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이내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상실의 자취와 개인적인 시간의 연대기를 마주하게 된다. 비록 서로 다른 궤적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도 기억과 상실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게 만드는 전시다.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자리가 아닌, 아직 마주하지 않은 시간과 이미 지나간 시간 사이에서 조용히 호흡하며 깊은 정서적 위로를 얻어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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