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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의 에이전틱 이코노미 ⑬] 새로운 자본가가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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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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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지난주 필자는 한 중소기업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어떤 특수 소재를 만드는 회사였다. 오랫동안 국내 대기업 한 곳에 에어베어링(air bearing) 부품용 소재를 납품해 왔는데, 그 대기업이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해당 상품의 제조를 포기하면서 납품처가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수십억 원을 들여 갖춘 장비와 창고에 쌓인 수십억 원어치의 재료가 그대로 남았고, 매출은 사실상 사라졌다. 10년 넘게 이 소재를 다뤄온 회사인데, 하루아침에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이 회사에 AI를 적용할 수 있을까. 필자가 문득 떠올린 것은 '항공우주 산업'이었다. 이 소재를 그쪽에 쓸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소재를 항공우주용으로 재설계하는 노하우가 이 회사에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AI에게 물었다. 놀랍게도 AI는 즉시 스무 개가 넘는 참고자료를 찾아 그 방법을 정리해 왔다. 지금까지 세계 어딘가의 몇몇 엔지니어의 머릿속에만 있던 암묵지가, 몇 분 만에 검색·정리·전달되어 이 중소기업 사장의 책상 위에 놓였다. 이 한 번의 대화로 수천억 혹은 수조 원 매출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I는 노동을 대체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AI는 새로운 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부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가의 손에 떨어진다.

◇ 암묵지가 해방된다

이 중소기업이 마주한 문제는 자본의 부족도, 기술의 부족도 아니었다. 10여 년 축적한 소재 기술은 그대로 있었다. 부족한 것은 오직 연결의 정보였다. 자신들의 소재가 어디에 다시 쓰일 수 있는지, 그 새 용도에 맞게 어떻게 재설계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식이 없었다. 그 지식은 세계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논문·특허·기술 보고서에 흩어져 있어 이 회사의 관계자가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산업혁명 이래 인류의 부는 대체로 '만드는 힘'에서 나왔다. 더 큰 공장, 더 정교한 기계, 더 많은 노동자. 그러나 21세기 부의 상당 부분은 '연결하는 지식'에서 나온다. 이 소재와 저 시장을 잇는 아이디어, 이 기술과 저 산업을 잇는 통로. 그 연결의 지식은 지금까지 세계 몇몇 전문가의 머릿속에만 있었고, 컨설팅 회사들이 그것을 파는 게 하나의 산업이었다. 바로 AI는 그 암묵지의 상당 부분을 해방시키고 있다.

◇ 부(富)의 새 지도

문제는 이 새로 만들어지는 부(富)가 누구에게 흘러가느냐다.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이번 에어베어링 사례처럼 지방의 중소기업까지, 그리고 AI를 자기 도구로 삼을 줄 아는 개인까지 그 혜택이 스며드는 세계다. 다른 하나는 AI가 만들어낸 부가 결국 그 AI를 소유한 소수 회사로 흡수되는 세계다. 앤스로픽과 오픈AI의 기업 가치가 각각 1조 달러를 넘본다는 최근 뉴스가 후자의 시나리오를 예고한다. 두 방향은 지금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 노동자로 남을 것인가, 자본가가 될 것인가

지난 회들에서 우리는 노동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보았다. 카나리아처럼 떨어지는 22살 신입, 광부처럼 잔치를 벌이지만 다음 차례를 모르는 상급자, 자본이 자기 팔다리를 먹어치우기 시작하는 비극적인 자본주의. 이 흐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지방의 소재 회사 사장이 AI 도움을 받아 사라진 매출의 문을 다시 여는 그 순간, 그는 사실 자본주의에서 자신의 위치를 바꾼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자기 노동력과 회사의 물리적 자산에 의존하는 존재였지만, AI에게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는 세계의 지식을 자기 자본으로 부리는 사람이 됐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앞에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사라지고 있는 노동의 자리에 매달려서 어떻게든 노동자로 생존할 것인가. 아니면 AI를 자기 자본으로 삼아 자본가의 자리에 설 것인가.

조 단위 가치의 AI 회사를 소유하라는 뜻이 아니다. AI를 자기 지식의 도구로, 자기 판단의 확장으로, 자기 부를 만드는 자본으로 부릴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에어베어링 회사 사장은 그 자리에 방금 섰다. 당신도 그 자리에 설 수 있다.

미래는 진단되는 것이 아니라 결정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자기 미래를 결정할 그 시간이 지금이다. 다음 회는 그 결정의 무대 -'에이전틱 금융'으로 들어간다.

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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