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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르네·선우예권이 빚어낸 ‘겨울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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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6. 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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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예스24문화재단 기획 공연
슈베르트 연가곡 전곡 무대 깊이 있는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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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여름에 듣는 겨울나그네' 공연의 한 장면. /한세예스24문화재단
한여름의 서울에 슈베르트가 남긴 겨울이 찾아왔다. 사랑을 잃은 방랑자의 고독한 여정은 계절을 넘어 객석으로 스며들었고, 200년 전 작곡된 이 음악은 오늘의 청중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전했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마련한 '2026 여름에 듣는 겨울나그네'가 지난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 전곡을 선보였다.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겨울나그네'는 사랑의 상처를 안고 겨울길을 떠나는 방랑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이날 공연은 24곡이 하나의 서사처럼 이어지며 관객들을 방랑자의 여정 속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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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의 공연 모습. /한세예스24문화재단
무대의 중심에는 괴르네가 있었다. 오늘날 최고의 리트 해석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첫 곡 '안녕히(Gute Nacht)'부터 깊고 어두운 음색으로 작품의 정서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곡이 진행될수록 더욱 세밀해지는 표현은 방랑자의 고독과 흔들리는 내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선우예권의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를 넘어 또 하나의 화자로 기능했다. 절제된 음색과 정교한 터치로 성악과 긴밀하게 호흡하며 차가운 겨울 풍경과 방랑자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두 연주자는 프레이즈와 호흡, 침묵의 순간까지 공유하며 긴장감 있는 음악적 대화를 완성했다.

마지막 곡 '거리의 악사(Der Leiermann)'가 끝나자 객석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작품의 여운이 공연장을 채운 뒤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고, 두 연주자는 세 곡의 앙코르로 화답했다. 한국 가곡 이흥렬의 '섬집아기'와 슈베르트의 '어부의 노래(Fischerweise)', 후고 볼프의 '울프루의 낚시(Wie Ulfru fischt)'가 이어지며 공연은 따뜻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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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여름에 듣는 겨울나그네' 공연의 한 장면. /한세예스24문화재단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는 "마티아스 괴르네는 '겨울나그네' 해석으로 이미 탁월한 역량이 입증된 성악가"라며 "이번 공연에서도 두텁고 절제된 음색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리트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우예권 역시 정갈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주로 괴르네의 해석을 안정적으로 지탱했다"며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다양한 협업을 통해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진행하는 '한세 클래식 리트' 프로젝트의 두 번째 무대다.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독일 가곡을 무료 초청 공연으로 선보이며 예술 향유의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도 눈길을 끌었다.

괴르네의 깊고 그윽한 목소리와 선우예권의 섬세한 피아노는 슈베르트가 남긴 고독의 풍경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한여름 밤의 '겨울나그네'는 계절을 뛰어넘어 오래도록 기억될 음악적 경험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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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한세예스24문화재단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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