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연 후 기자들에게 종단 운영 관련 소신 밝혀 차기 총무원장 후보..."자리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아" "추대도 가능한 일이지만 선거가 갖는 의미도 중요"
clip20260619224928
0
AI에 대한 종단의 깊이 있는 고찰을 촉구하는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정념스님은 19일 19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책 '퇴우 정념, 시대를 깨우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사진=황의중 기자
"인공지능(AI)는 삶의 방식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거대한 변화다. 인간이 AI에 종속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AI로봇에 수계식을 하거나 가사를 입히는 것은 AI 시대를 깊게 통찰하지 못한 결과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교구장) 퇴우 정념스님은 19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책 '퇴우 정념, 시대를 깨우다' 출판기념회를 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I를 대하는 조계종의 태도를 이같이 비판했다.
눈부신 AI의 발전 속도를 언급한 정념스님은 "문명 대전환 시기에 불교 철학을 기반으로 거대 담론을 생산해낼 필요가 있다"며 한국불교가 나아갈 길을 언급했다. 스님의 책에는 AI시대, 신자유주의의 그늘과 불교적 대안, 수행과 교육의 혁신,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불교적 관점으로 진단했다. 이는 20년 이상 교구본사 주지를 맡아 오대산 일대를 수행도량으로 가꿔온 그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1956년생인 정념스님은 탄허스님의 맏상좌인 만화스님을 은사로 1980년 월정사에 출가한다. 이후 2004년부터 4년 임기인 월정사 주지로 취임한 이래 6연임에 성공하며 1962년 조계종 통합 종단 출범 후 최장수 교구본사 주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정념스님은 오는 9월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후보자로 하마평이 돌았다. 정념스님 또한 지난 4월 '오대산의 고승' 출간 간담회에서 "종단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9월 예정된 38대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당초 이날 출판기념회가 본격적인 선거 출정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정념스님은 아직 공식 후보 등록도 개시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듯 명확한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AI 시대 불교의 역할 등을 강조하면서 "자리가 주어지면 마다할 일은 없겠다"는 등의 말로 의지를 재차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총 321명(중앙종회의원 81명 및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교구 선거인단 240명)이 참여하는 간접선거로 치러진다.
총무원장 선출 방식과 관련해서도 정념스님은 "종도의 의사가 잘 결집되면 추대도 가능한 일"이라며 "종교 전통에서 보면 선거는 차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컨센서스를 모아내는 과정으로서 선거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흐름들은 선거를 통해 표출되기 때문에 원만하게 치러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과는 다른 식의 종단 운영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정념스님은 현 조계종 총무원이 추진하는 선명상 보급과 관련해서도 "조계종 본래의 정체성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스님은 "불교를 더 쉽게, 힙한 불교로 젊은층에 어필하는 일정 부분 노력은 평가하지만 그것이 과도하면 본질이 희석되고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면서 "단적인 예가 인도 불교다. 저는 인도 사회에서 불교가 밀교와 힌두이즘화 되면서 사라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탈종교화 현상 속에서 종교가 단지 문화적 현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시절"이라며 "깊이 살피고 미래를 통찰하면서 종단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정념스님의 출판기념회에는 원로회의 수석부의장 보선스님, 원로의원 법등스님, 전 총무원장 원행스님 등 조계종 원로들과 전국 24개 교구본사 중 12곳의 교구장과 23명의 중앙종회의원이 참석했다. 이 밖에도 우원식 전 국회의장, 우상호 경기도지사, 송영길·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호영 국회정각회 명예회장, 배현진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재수 부산시장,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다수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