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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2조 벌고 ‘성과급 2000%’ 줬는데…2.8% 인상안 고민하는 한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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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삭 기자

승인 : 2026. 05. 19. 18:00

박이삭님 크랍
한국투자증권 노동조합이 회사가 제시한 2.8%의 임금 인상안에 거세게 반발하며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노조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투쟁 문구 공모전을 진행 중입니다. 직원들은 전면적인 세 대결을 펼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번 갈등에는 '기본급의 2000% 성과급'이라는 거대한 숫자가 가려져 있습니다. 사측은 지난해 순이익 2조원이라는 역대급 성과에 화답해 업계 최고 수준의 경영성과급을 지급했습니다. 연봉의 상당 부분을 성과급으로 수령하는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보편적인 방식이기도 합니다. 인상률에 주목하며 총보상 규모를 외면하는 건 통계적 왜곡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이들이 누리는 보상의 절대 수준은 전 산업을 통틀어 최고입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 중 직원 평균 연봉 1위를 차지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었습니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1억8174만원으로, 반도체 호황기를 누리는 SK하이닉스의 평균 연봉(1억8076만원)도 제쳤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이 모인 곳에서 '자부심이 무너졌다'며 투쟁을 예고하는 풍경은 일반인들에게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상은 산업계 전반을 뒤흔드는 삼성전자의 총파업 위기와도 겹쳐 보입니다. 삼성전자 노조 역시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하려 합니다. 이에 정부조차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할 만큼 엄중한 상황입니다. 거액의 성과급을 보장받고도 갈등 수위를 높이는 모습은 공감대를 얻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직원들의 서운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갈등의 실타래가 풀리려면 임금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전환이 불가피합니다. 인상률이라는 지표에 매몰되기보다, 성과급을 포함한 관점에서 소득의 크기를 직시하는 현실 인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측 역시 압도적인 성과급만 내세우며 노조의 서운함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왜 직원들이 일회성 성과급보다 기본급에 집착하게 됐는지 내부 소통 구조를 되짚어볼 일입니다. 돈으로 신뢰를 살 수 없듯, 성과급 규모만으로는 불통의 경영 방식을 메울 수 없습니다.
박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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