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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배당금’ 발언 파장과 메시지 관리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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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19. 17:55

김명호
김명호(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지난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이라는 SNS 글이 파장을 일으켰다. 필자는 국민배당이라는 생소한 주장에 반대한다. 노르웨이 석유와 반도체의 이익을 평면 비교하는 것도 비논리적이다.

그러나 그의 문제 제기는 일면 타당하다. 글의 맥락으로 볼 때 AI경제 시대에 한 번쯤 격렬한 찬반 공론을 거쳐야 할 이슈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관급 공직자의 이슈화 전략과 청와대의 공식 반응에 메시지 관리의 실패 지점들이 있다.

첫째, 김 실장은 독자(국민)가 어떻게 이 글을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삼성전자 등의 초과이윤이 발생하는 기술독점 경제 구조로 재편 가능성을 전제한 뒤, 막대한 초과이윤으로 인한 초과세수를 적시하며 국민배당금을 언급했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윤과 세수를 혼용했다.

지금 사회 경제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엄청난 초과이익과 노조 파업 문제다. 본질은 이익 갈라먹기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이 정부의 정책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은 청와대 정책실장의 SNS 글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독자들은 '국민배당'을 '대기업 초과이윤' 사회적 분배 제도화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당연히 언론도 초과세수보다는 초과이윤에 더 꽂히기 마련이다.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1909~2005)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들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적확하게 때렸다. 그의 글은 설득을 목표로 한 것이었을 게다. 목표 달성율은 낮았다. 다만, '국민배당'이라는 생소한 용어의 소개는 달성한 것 같다.

둘째, 청와대의 직후 대응 방식도 문제다. 게시 다음날 국내 언론과 블룸버그가 '초과이윤' 기사를 내보냈고 주가가 급락하자 오후 5시쯤 청와대는 '개인적인 글'이라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해명 이전에 이미 SNS에서는 '아마도 곧 청와대가 개인 의견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대로 됐다. 그 다음날 이재명 대통령의 반응은 결이 좀 달랐다. 이 대통령은 '일부 언론의 편집에 의한 음해성 가짜뉴스 유포'라고 규정했다.

고위공직자가, 그것도 정책 최고책임자가 작심한 듯 5648자(공백 제외)로 올린 글을 단지 개인 의견이라고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해명은 꿩이 사냥꾼을 급히 피하려고 머리만 풀에 감추는 것과 뭐가 다른가. 아마도 최고 업적인 주가 상승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장 끝난 뒤 성급히 1차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 발언의 무게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대응 방식은 이젠 원시적이다. 그보다는 맥락을 설명하고, 그 취지가 아니라는 논리를 명확히 한 뒤, 개인의견이 증폭됐다는 식의 대응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야 다음 단계 대응이 쉬워진다.

셋째, 블룸버그에 대한 공식 항의(사과 및 삭제 요청)는 더 문제다. 일단 개인 의견이라 해놓고 공식 대응으로 문제를 키웠다. 아마 대통령의 언급 때문이리라. 언론에는 사실 전달과 의견 표명(해석)의 두 영역이 있다. 사실(근거)이 틀리면 명백히 정정 대상이고, 의견(주장)을 달리하면 반론의 대상이다. 블룸버그는 초과이윤에 중점을 둬 이해했고, 청와대는 세수를 이윤으로 잘못 보도해 시장 혼란을 일으켰으니 사과 및 수정하라는 거다.

일개 외신의 보도에 한국 대통령실이 국내 대상으로는 '개인 의견'으로 규정했다가, 외신에는 공식 서한을 통해 항의했다. 개인 문제가 바로 정부 차원으로 승격돼 사과 요구를 해야 할 일인가. 그렇다면 국민배당은 정부 정책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인가.

블룸버그는 공식 항의가 있자, 공식 SNS 계정에 한 문장짜리 짧은 '수정(correct)'을 띄웠다. 'AI 이익으로부터 얻은 초과세수를 사용하여'라고 고쳐졌는데, 이를 수식하는 뒷 문구('underscoring growing pressure to redistribute gains from the boom'-호황으로 인한 이익 재분배 압력이 커짐을 강조하며)도 있다. 결국 사과는 고사하고 단어 몇 개는 바뀌어졌으나 대기업 이익 재분배라는 원래 개념은 다시 한번 강조된 셈이다.

강력한 항의는 사실 내부용일 경우가 많다. 상부에, 영향력 있는 소수에게, 핵심 지지자들에게 보이는 기록 증거 말이다. 또박또박 열심히 대응하고 있고, 상대가 잘못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정치판에서 이런 경우는 숱하다. 그런데 밖의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젠 그냥 대기업 중 하나가 아니다. 한국의 전략 자산이다. 미국은 달러와 군사력으로 전통적인 패권국 지위를 유지했다. 한국은 AI 반도체, 조선업, 방산 등의 강국이고, 글로벌 체인의 핵심 위치에 있다. 글로벌 전략 자산에 대한 설계가 국내여론용 정치 재료로 소비되는 게 안타깝다.

김 실장의 글과 청와대 대응은 정책 애드벌룬이자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이다.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확실하다. 자기편의 신념을 더욱 강화하거나, 중간층을 적극 끌어오는 것이다. 적극 반대층은 중립, 반대 완화, 미래 우호 가능 세력으로 태도를 변경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사안의 발신(문제 제기)→유통→수용→피드백→대응(청와대) 과정에서 메시지 관리 실패를 본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명호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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