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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북촌에 스며든 LA 감성…말본골프가 연 ‘취향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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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6. 05. 08. 09:33

첫 단독 건물 플래그십 ‘말본 가옥’ 오픈
골프 넘어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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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문을 연 말본골프 신규 플래그십 '말본 가옥' 외관. 북촌 한옥길 분위기에 맞춰 통유리와 직선 구조를 활용한 모던한 형태로 꾸며졌다./장지영 기자
평일 오전, 서울 북촌 골목은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담장 앞에서 포즈를 취했고, 내국인들의 발걸음 역시 끊이지 않았다. 고즈넉한 한옥 지붕과 오래된 골목 사이로 뜻밖의 건물이 시선을 붙잡았다. 통유리와 직선 구조를 앞세운 2층짜리 모던 하우스. 미국 LA 기반 라이프스타일 골프웨어 브랜드 말본골프가 지난 7일 문을 연 신규 플래그십 '말본 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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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본골프 북촌 플래그십 '말본 가옥' 1층 내부 전경. 짙은 우드톤과 여백을 살린 진열 방식으로 일반 골프웨어 매장보다 프라이빗 라운지 같은 분위기를 구현했다./장지영 기자
일단 외관은 북촌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전통 한옥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모던 하우스에 가까운 형태로 꾸며졌다. 내부 역시 일반적인 골프웨어 매장과는 결이 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야금과 북소리가 섞인 음악이 공간을 채웠다.

짙은 우드톤 목재와 간접조명, 여백을 살린 진열 방식은 스포츠 매장보다 프라이빗 라운지에 가까운 인상을 만들었다.

말본 관계자는 "이곳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는 의미를 담았다"며 "그래서 스토어나 플래그십 대신 '가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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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본골프 북촌 플래그십 '말본 가옥'에 전시된 북촌 한정 키링 제품. 자개 느낌 소재와 전통 매듭 장식을 활용해 한국적인 감성을 담았다./장지영 기자
공간 곳곳엔 '한국적 디테일'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1층 중앙 테이블에는 옥빛 보자기로 감싼 제품과 자개 장식 소품, 한국 전통 서체에서 착안한 오브제가 놓여 있었으며 벽면 한쪽엔 혁필화 기법으로 제작한 '말본' 서체도 걸렸다.

이번 공간은 압구정 도산대로의 '말본6451', 성수 플래그십에 이어 세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다. 다만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압구정이 브랜드 헤리티지와 퍼포먼스를 강조했다면, 성수는 스트리트 감성과 일상 확장에 무게를 뒀다. 북촌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취향과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 성격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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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본골프 북촌 플래그십 '말본 가옥' 1층에 전시된 의류 제품들. 곡선 형태 행거와 여백을 살린 진열 방식으로 브랜드 특유의 라이프스타일 감성을 강조했다./장지영 기자
1층에는 최신 시즌 컬렉션과 협업 제품들이 놓였다. 흔히 떠올리는 기능성 골프웨어 매장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민트·크림·네이비 계열 색감에 여유로운 실루엣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필드와 일상 모두 편하게 입을 수 있을 법한 스타일이었다.

일부 공간은 갤러리를 연상시켰다. 곡선 형태 스틸 행거에는 타이다이 셋업과 그래픽 티셔츠, 오버핏 니트 등이 걸려 있었다. 제품을 빼곡하게 채우기보다 여백을 살린 진열 방식 덕분에 일반 스포츠 매장보다 패션 편집숍에 가까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쪽 벽면에는 모자와 버킷햇, 더플백, 골프화 등이 간격을 두고 놓여 있었다. 의류뿐 아니라 액세서리와 굿즈 비중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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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본골프 북촌 플래그십 '말본 가옥' 2층 DIY존에 전시된 와펜 커스터마이징 제품들. 방문객들은 'SEOUL' 로고와 북촌 한정 그래픽 패치를 활용해 티셔츠와 모자 등을 직접 꾸밀 수 있다./장지영 기자
2층 DIY(스스로 만들기)존 앞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테이블 위에는 갓을 쓴 버킷 캐릭터와 'SEOUL' 로고 와펜, 북촌 한정 그래픽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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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본골프 북촌 플래그십 '말본 가옥' 2층 DIY존에서 방문객이 구매한 티셔츠에 와펜을 부착하고 있다. 선택한 패치는 프레스 기계를 통해 현장에서 즉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장지영 기자
고객들은 원하는 패치를 직접 구매한 뒤 티셔츠와 모자 등 원하는 위치에 새길 수 있었다. 직원에게 요청하면 매장에서 즉석으로 부착 작업도 진행해준다. 실제로 열 프레스 장비가 내려가자 와펜은 약 40초 만에 제품 위에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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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본골프 북촌 플래그십 '말본 가옥' 루프톱 전경. 북촌 한옥 지붕과 북한산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꾸며졌으며, 고객들이 자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운영된다./장지영 기자
옥상에도 올라갈 수 있었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오르자 새하얀 테이블 너머로 북촌 한옥 지붕과 북한산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매장을 찾은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이다.

말본 관계자는 "복잡한 북촌 거리 속에서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며 "굳이 쇼핑 목적이 아니더라도 편하게 올라와 쉬다 갈 수 있는 장소처럼 운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국 말본 가옥은 골프웨어 매장이라기보다 말본이라는 브랜드가 어떤 취향을 지향하는지 보여주는 쇼룸에 가깝다. 제품은 공간 안에 놓여 있었지만, 공간의 중심은 제품이 아니었다. 북촌이라는 장소와 한국적 디테일, 음악과 DIY 체험, 옥상에서 바라보는 풍경까지 공간 전체가 브랜드를 설명하고 있었다.

골프웨어 시장의 경쟁이 기능과 가격을 넘어 취향과 경험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말본은 북촌 한복판에 '옷을 파는 매장' 대신 '머물고 싶은 집'을 세웠다. 그리고 그 집에서 말본은 묻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골프를 즐기고, 어떤 취향으로 일상을 입을 것인가."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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